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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과 예비군, 그 엇갈린 결말

유대감에 관하여

by June H


며칠 전,

이모의 주선으로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느슨하게나마 서로를 연결 지어 줄

어떤 연결고리를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주고받는 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지 못하고,

금세 그 힘을 잃어 가라앉았다.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이 만남은,

의지만으론

이어지지 않으리란 것을.





집으로 돌아와

곧장 운동을 하며,

그 시간을 곱씹었다.


무엇이 실패였을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러다 문득,

지난주 예비군 훈련이 떠올랐다.

소개팅과는 결이 달랐던,

그 신선했던 경험이.


첫날엔 혼자였다.

그러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하나, 둘 모이더니,

셋째 날은 여섯이 되었다.


그렇게 마지막 날,

최우수 부대가 되어,

가장 먼저 훈련장을 빠져나온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고, 저녁을 먹으며

그간의 시간들을 기념했다.


그리곤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훈련소 마지막 날,

동기를 보내던

시원섭섭함을

다시금 느끼며.





나흘 간의 예비군 훈련이

이토록 따뜻한 기억이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무엇이 그렇게 달랐을까.

소개팅과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유대감.

그게 전부였다.


다른 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버텨낸

1년 6개월의 군 생활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우리 사이를 조용히 잇는

보이지 않는 끈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 시간을 존중했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억척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서서히.


어느새 우리는

그렇게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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