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뒤에야 진료를 본다고요?

대학 병원 예약, 왜 이리 어려운지

by 서제

척추측만증 고각도. 이 충격적인 진단을 안고서 일단은 남은 일정을 소화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다른 병원들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나의 척추에만 집중할 시간이 주어졌다. 우선 병원을 예약해야 했다. 어떤 병원의 누구를 찾아가야 할까?


아마 우리나라에서 공통된 질환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가장 활발한 커뮤니티는 네이버 카페일 것이다. 내 질환도 마찬가지였는지, 인터넷에 ‘척추측만증’을 검색하면 네이버 카페의 노출이 가장 빈번했다.


일단은 들어가 보자. 어머니와 나는 나란히 ‘척추측만증을 이기는 사람들’이라는 희망적인 이름의 네이버 카페에 들어갔다. 이게 과연 이길 수 있는 질병일까, 하는 약간의 꼬인 마음을 안고서 첫 페이지를 열었다.


그랬더니 갑작스럽게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덜컥 겁이 났지만 천천히 스크롤을 내려가며 대략적인 추이 몇 가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나, 많은 사람들이 병원보다는 의료진을 중심으로 진료를 본다.

둘,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보고자 하는 의사는 구로구, 송파구 등에 자리한다.

셋, 나의 척추 측만증 발견은 꽤나 늦은 편이다.


갑작스러운 진단에 혼란스러웠던 나에게는, 이런 불안을 잠재워줄 의사가 당장 필요했다. 보조기나 수술이 유일한 해답인지 다시 묻고 싶었다. 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했다.


어머니와 나는 각각 찾아본 의료진을 공유하며,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된 구로의 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기로 했다. 어머니는 곧바로 다른 방에 가 구로의 한 병원에 전화를 했다. 10분이 지났을까, 어머니는 내게 찾아와 말했다.


가장 빠른 예약이 11월 말 이래. 일단은 그날로 예약했어.


전화를 한 그날은 7월 20일. 예약은 11월 26일.


나는 나의 척추를 이대로 내버려 둔 채 4개월을 기다리고서야 진료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낙심했다. 세상은 왜 이리 아픈 사람이 많은 건지, 그것도 나랑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이.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이 되는 동시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같은 어려움을 가질 것이라는 데에서 안타까움이 일었다.


그러나 늦다고 생각한 그 날짜마저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알고 보니 그 의사는 나와 같은 수도권 바깥 환자만을 위한 진료 요일을 따로 지정해 두었다. 그마저도 아니었다면 나의 진료 예약은 언제가 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마음을 바꾸어 해가 바뀌기 전에 진료를 볼 수 있다는 데에 만족하기로 했다.


다만, 4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 한 채 그 의사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우리는 더 빠른 진료를 우선 보자는 마음으로 송파의 병원에 연락했고, 전화로 곧장 이틀 뒤 진료를 예약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네이버 카페 속 사람들은 두 의사 모두 최소 몇 개월은 기다려야 진료를 볼 수 있다며 애탄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그러나 누군가의 진료 취소 덕에, 그리고 우리 어머니의 기막힌 전화 타이밍 덕분에 나는 첫 병원 진료 이후 단 이틀 만에 상급 병원으로 진료를 보게 되었다.


곧바로 용산으로 가는 기차표 2장을 예매하고서 급한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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