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익숙해진 대학병원

측만 교정용 보조기 착용 반년 후

by 서제


보조기 착용을 시작하고서 6개월 후에는 정기 검진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보조기가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했던 2월로부터 반년 뒤는 한참 수능 준비에 한창일 여름이기 때문에, 나는 수능과 수시 발표 그 사이의 날짜로 검진을 예약했다.


돌아보니 조금 경솔했던 일정이었다. 어쩌면 수시 면접을 한창 준비할 시간일 뻔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수능 다음날, 희망하던 의과대학의 합격 소식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어머니와 홀가분하게 서울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보조기의 효과가 있었는지 보기 위한 검진이기에, 내원 이틀 전부터는 보조기 착용을 해서는 안되었다. 가족여행에서도 챙겨 다닐 정도로 성실히 차던 보조기를 모처럼 쓰지 않는 이틀이었다. 늘 등에 닿던 딱딱한 플라스틱이 없어 낯설었지만, 답답함 없이 잠에 들 수 있다는 데에 기뻤다.


잠시나마 편안했던 이틀의 밤이 지난 뒤, 어머니와 나는 KTX 첫차를 타고 서울로 이동했다. 가자마자 향한 구로의 병원은 어느덧 세 번째 방문이라 그런지 익숙해졌다.


늘 그렇듯 수납을 하고, 영상의학과에서 엑스레이를 서너 장 찍고, 약간을 기다린 후 교수님을 만났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내 휜 허리 사진. 변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직접 각도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재보니, 추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요추보다 흉추의 만곡이 큰 편인데, 흉추가 2도나 더 틀어져있었다. 이 속도면 한두 해 후에는 장애 진단 기준에 다다르리라 예상되었다.


더 휘어진 척추를 확신하지는 않았었지만, 결과를 보고 난 후 그 이유를 대기는 어렵지 않았다. 공부할 때도, 쉴 때도 언제나 의자에 앉아있던 생활습관을 가졌지만 그 자세가 그다지 바르지는 않았다. 교정 운동도 매우 소홀히 했다.


무엇보다 필라테스를 잠시 그만두고 폴댄스를 고3 6월부터 계속해오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폴에 올라타기 전 코어 운동과 스트레칭을 충분히 했지만, 빙글빙글 한 방향으로 치우쳐 동작을 수행하는 편측 운동이 척추를 곧게 펴주기란 무리였을 것이다. 아무렴 어쩌겠나, 잘 하지 않던 교정 운동이나 해야지- 생각하고서 전면 엑스레이 사진 감상(?)을 마쳤다.


익숙해진 척추는 그러려니 싶었는데, 이날의 검진에서는 측면 사진이 다소 충격을 주었다. 일자와 역 C자의 사이였던 목… 교수님과 (아마도 수련 중이신) 의사 선생님 두 분 모두 척추는 가볍게 경과만 살펴보았는데 거북목 보고는 관리 열심히 하라고 강조하셨다. 안 그래도 귀찮은 교정 운동, 측만뿐 아니라 거북목도 챙겨야 한다는 게 싫었지만 앞으로 평생 같이 살 몸이니 다시 열심히 하자는 다짐을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이제 성장도 5단계, 완료라고 보았기 때문에 나는 1년 뒤 관찰을 위한 검진 예약을 잡고서 병원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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