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1년 뒤, 그 다음은 2년 뒤에 봅시다
병원에서 척추측만증을 처음 진단받은 게 2022년 여름이니, 벌써 햇수로는 3년이 되었다. 폭풍같이 지나가던 첫 1년과 달리, 이제는 몸도 마음도 놀랄 것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2025년 새해가 시작된 후, 1년 전 예약을 했던 진료를 위해 구로구로 갔다. 그동안은 항상 어머니와 함께 대학병원에 갔으나, 법적 성인이 되기도 했고 이제는 별 일이 없을 거란 걸 알기 때문에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예약한 시각은 오전 9시 30분. 친언니의 집에서 나서 신도림역에 다다른 후, 병원 셔틀버스를 이용해 불편함 없이 병원에 제때 도착했다. 신정 다음날이었지만 오전 진료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아 무인 수납기를 대기 없이 이용하였다.
친절히 이동 순서를 적어준 진료비 영수증을 보며, 차근차근 해야 할 일을 했다. 우선 영상의학과로 가 X선 촬영을 했다. 이제는 영상의학과에서도 기계로 접수가 가능해 빠르게 바코드를 찍고 나니 곧바로 나를 촬영실에서 불렀다.
선 자세와 누운 자세를 모두 촬영해야 해서 그런지, 이전 방문과 동일한 촬영실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골반이 촬영 범위에 해당하다 보니 상하의를 모두 환복해야 한다는 점은 성가셨지만, 찍을 사진 자체는 서너 장에 불과해 빠르게 일이 끝났다.
정형외과로 이동해 키와 몸무게를 잰 후, 접수를 하고 나니 시간은 나의 예약 시간과 거의 잘 맞아 들었다. 지지난 방문부터 성장은 5단계로 끝났다며 키와 몸무게를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지만, 기쁘게도 1.1cm 키가 늘었다.
키가 컸다는 사실에 설레하며 10분도 안 기다렸을까, 나의 이름이 진료실에서 불렸다. 예상했던 여자 의사분이 들어와 엑스레이 사진을 열었으며, 남자 교수가 곧이어 들어와 직접 각도를 측정했다.
각도 변화는 예상치 못했다. 흉추는 2도 감소, 요추는 2도 증가.
실은 앉아 있는 시간이 수험생 때보다야 줄었지만 그럼에도 장시간 앉아 생활했었으며, 교정 운동을 했던 게 다섯 손가락도 안되었다. 게다가 2024년에는 갖가지 운동을, 특히나 헬스는 PT도 없이 약한 강도로 지속했던 터라 걱정이 많았다. 기존 속도대로 악화되지는 않을지, 장애 진단 기준을 넘으면 등록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2024년 가을을 보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번 엑스레이로 나의 고민은 한결 가벼워졌다. 앞으로는 이대로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살 수 있겠다는 사실이 위안으로 다가왔다.
남자 교수는 이 정도의 각도 변화는 측정 오류로 나올 수 있는 경미한 정도라는 말을 하며, 이제는 한 두 해 더 보다가 차츰 진료의 주기를 2년, 3년으로 늘려나가자는 이야기를 했다.
교수의 말이 끝난 뒤, 궁금했던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플루트를 불 때 생겼던 통증이 연관이 있을지, 보조기 착용을 안 한 지 반년이 지났는데 필요할지 등등…
지난해 초가을, 플루트 연습에 차츰차츰 시간을 들여 왔는데, 점차 날개뼈가 벌어지는 부위에 통증이 은근하게 심해졌다. 당시는 혼자 연습 시간을 조절할 수 있었다. 다만 방학이 오면 동아리의 정기 연습으로 장시간 연주를 해야 했기에 부담이 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의 이야기 끝에 동아리 활동은 그만하기로 하고, 플루트와도 자연히 멀어졌다.
그러나 교수가 말하기를, 플루트 연주 자세와 척추의 측만 사이 큰 연관은 없다고 하였다. 나는 9-10월에 지속되었던 내 날개뼈 통증을 떠올렸다. 통증이 있다고 말하기도 전에 상관없다고 단정 짓는 그를 보며, 조금은 속이 상했다. 그때의 내 마음고생이 안쓰러워서. 심리적인 요인에 점점 더 아팠던 걸까. 그러나 이미 지나버린 일, ‘그랬구나.’하는 마음으로 넘겼다.
보조기 역시 의외의 답을 들었는데, 차고 자는 게 나쁘지는 않다고 했다. 이제 각도가 개선될 여지는 없겠지만 뼈의 유연성 측면에서 이롭다며 버리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지금은 체감이 되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척추뼈를 비롯한 몸이 뻣뻣해지며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여 보조기를 다시 권고받았다. 보조기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다시 본가로 돌아가면 찾아야 될 판이었다.
그렇게 몇 차례 대화가 오간 뒤, 교수는 다시 떠났고 다른 의사가 다시 들어와 운동은 무얼 하냐는 질문을 하며 내 기록지의 정보를 갱신하고는 진료가 끝났다. 나가기 전, 대학병원을 재적 중인 병원으로 옮길 계획을 하고 있었기에 진료의뢰서를 받은 후에야 정형외과를 떠났다.
몇 달 전부터, 자대병원 할인과 거리를 고려해 신촌에 위치한 병원으로 옮기고자 진료 일정을 요리조리 조정해 왔었다. 그러나 이제 일 년에 한 번, 더 지나면 두 세 해에 한 번 오는 게 다일 병원을 굳이 옮겨야 하나- 하는 생각이 진료 도중 들었다.
일단 그래도 계획했던 일이니 진료 의뢰서와 그동안의 각도 변화가 담긴 종이를 받고, 영상 CD를 발급받았다. 그러나 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길에, 어머니와 상의를 하며 ‘굳이?’하는 생각이 일치하여 병원을 옮기지는 않기로 했다. 자주 올 일이 없으리라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애꿎은 CD 발급 비용만 나갔지만… 그렇게 잠시간의 대학병원 전원 계획은 끝이 났고, 병원을 나섰다.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짧은 방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