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며

휜 허리와 함께 살기로 했습니다.

by 서제

처음 나의 척추측만증 기록을 가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작년 가을이었다. 멈춤 없는 내 생각을 정제해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 생각의 가장 빈번한 화제가 척추였다.


그러나 마음 먹는 지는 반 년,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은 지도 3개월은 족히 지나고 나서야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했다.




글을 쓰고자 지난 기록들을 들춰볼 때는 착잡한 마음이 컸다. 언제 처음 측만을 알아챌 수 있었을지 알아내고자 초등학교 건강검진 결과 종이를 찾기를 주저했다. 괜히 잘 묻어둔 아픈 마음을 들쑤시는 기분이었다.


처음 동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본 날 적은 일기는 읽을 때마다 눈에 물이 맺혔다. 날것 그대로 적어둔 갈 데 없는 원망, 어떻게든 좋게 보려고 애써 쓴 ‘다행인 점 리스트’. 그 감정들을 고이 감내한 과거의 내가 대견하고 안쓰럽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고자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다, 더 일찍 알아챌 수 있었을텐데-하며 자책하는 그녀를 마주하는 일 역시 힘들었다. 진단 1년 차에 종종 진지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때나 들었던 말. 오랜만에 느껴지는 어머니의 미안함과 후회는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이렇게 마지막 병원 방문까지 기록을 남기고 나니, 이제는 내 측만을 진정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든다. 휜 허리도 내 허리고, 아직 통증 하나 없는 내 허리에 만족하며,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있는 만큼 해내게 만드는 이런 내 몸이 여전히 나는 좋다.


차츰 각도가 다시 안 좋아질 수도 있고, 장애 진단 기준에 다다를 수도 있고, 어느 날 통증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늙어갈 때 남들보다 걱정거리 하나 더 안고 살아간다고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몸도 그저 내 일부임은 자명하다.

내가 거부해야 하거나 싫어해야 하는 몸이 아니다.


나는 이제, 휜 허리와 함께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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