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시는 나의 아버지.
몸이 쇠하여질수록, 고집이 늘어가시는 나의 아버지.
그럼에도 자식 앞에서는 언제나 무너지시는 나의 아버지.
넘치는 사랑 뒤에 가득해진 미안함으로
머뭇거리시는 나의 아버지.
돌아가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다며
눈물 대신 술로 그 입술을 적신 채,
내 앞에서 흐느끼고 계시는 나의 아버지.
아들에게 염색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시는 날들이
점점 늘어만 가시는 나의 아버지.
매일같이 자라나는 흰머리만큼이나
이제는 따라가기에도 먹먹한,
길게 놓인 얼굴 위 주름들을 이어봅니다.
나의 두 눈은 아버지의 세월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그 시간들이 더 이상 흐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닦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