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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7. 나의 세상

멍멍 멍멍멍

by naguene

엄마 아빠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꽤 난감할 때가 많다.

무안해진 나머지 나는 이들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데,

다행히 엄마아빠는 내 온몸을 구석구석 쓰다듬어 준다.

비록 이들의 말을 이해할 순 없어도

소리와 냄새로, 또 움직임으로

이들을 배워나간다.


하루 중 한번, 산책을 나갈 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산책이란 말은

매 순간 나를 흥분시킨다.

나의 집에서는 맡아보지 못했던

낯선 향이 배어있어,

서로의 코는 더욱 들썩인다.


사실 산책이 아니면

내가 보고 듣고 맡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들뿐이다.

그래서 이들은 나의 세상이 된다.

그래서 나의 세상은 내가 온종일 기다리는 이유가 된다.


함께 있음에도

나의 시선이 이들에게 닿지 않을 때에는,

꼬리를 흔들며 집안 구석구석을 뛰어다녀본다.

그러다 가끔은 사고를 쳐 꾸중을 듣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그들의 시간을

갈구할 수 있다니 참 다행이다.


오늘도 나는 이들과 함께한다.

또다시 기다리는 순간이 오겠지만,


그것으로 나의 하루는, 나의 세상은

또다시 가득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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