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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녀의 배신

# 이기적인 상가조합원

by 푸른 하늘

1. 총회를 마치고 남은 숙제


총회는 무사히 끝났지만, 가장 중요한 상가 규모 확정이 남아 있었다. 이는 상가 조합원들에게 협약서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었다.


나는 남편의 주재원 발령으로 인해 더 이상 총무직을 수행할 수 없었고, 총회 날 정비업체 선정과 함께 내 역할을 정비업체 담당자에게 넘겼다. 9월 초 출국 일정으로 인해 8월 한 달 동안 정신없이 바빴지만 8월 초 마지막으로 조합장을 만나 상가 규모를 정하고, 이후의 일 처리는 정비업체에 맡겼다.


당시 명탐정 건축사님은 "상가 규모 축소 협상에 준코 회장과 동행하지 말고 혼자 가서 조합장을 설득하라"라고 조언했다. 준코 회장에게는 본인이 설명하겠다고 했다. 나는 회의 전 준코 회장에게 연락해, 미팅 후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전화했다. 조합장과의 협상에 항상 준코 회장이 함께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회의 후, 준코 회장, 그리고 남편과 함께 식사하며 조합장과의 회의 내용을 상세히 공유했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나를 배웅하며 건강하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까지 건넸다.


그런데 그날 이후 그녀의 태도가 급변했다.




2. 근거 없는 소문과 배신


준코 회장은 "총무와 명탐정이 조합장으로부터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스포츠센터 언니를 통해 이 소문을 듣게 되었다. 충격적이었지만, 명탐정 건축사님은 "그럴 리 없다"라며 오해일 것이라 했다. 나 역시 함께 9개월 동안 문제없이 협력해 왔기에 명탐정의 말을 믿었다.


그러나 준코 회장의 행동은 점점 달라졌다. 전화를 받는 태도가 변했고, 결국 격앙된 목소리로 전화해 "상가 회장인 본인만 급여 100만 원을 받기로 했고, 총무는 상가 임시 총회 날 본인이 50만 원을 받지 않겠다고 했기에" 급여를 받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 준코 회장이 받는 급여 100만 원을 우리들과 나누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생각해 봐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다시 전화해 "아니다, 나누는 건 아닌 것 같다. 성공 보수도 못 받을 수도 있으니 이거라도 챙겨야겠다"라고 말했다.


그제야 나는 그녀의 의도를 깨달았다. 상가 정비업체가 들어오면서 상가 회장에게 급여 100만 원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고, 성공 보수를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신만이라도 급여를 챙기려 했던 것이다.


그는 우리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급여와 성공 보수를 모두 받겠다고 주장했다.




3. 함께한 동료를 배신한 그녀


준코 회장은 나와 명탐정이 함께 고생하며 쌓아온 신뢰를 저버리고,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 했다. 그녀는 항상 “조합장이 업체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등의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더니, 이제는 같은 방식으로 우리를 공격했다.


심지어 상가 이사회 자리에서는 내가 했던 말만 발췌해 “총무에게 무시당했다”라고 호소하며 상가 이사들에게 왜곡된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있던 명탐정 건축사님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그녀는 스스로 “재건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지난 4년간 상가를 위해 한 일이 없다고 인정한 사람이었다. 회의 자료도 읽지 못하고, 진행 상황도 모르며, 손주를 돌보느라 상가 일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상가 회장직 역시 조합장이 “할 사람이 없다”며 떠맡긴 것이었고, 늘 사직서를 들고 다녔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상가 회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급여를 받으려 했고, 함께 고생한 우리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아세웠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이 한 일이 무엇이냐고?"


그러자 그녀는 대답했다.


"내가 다 했어. 너는 이제 빠져."


급여를 받을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 공로를 독차지하며, 우리들을 짓밟았다.


과연 이런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일까?




4. 상가 정비업체와 상가 조합원의 실망스러운 반응


정비업체 또한 준코 회장의 허락 없이는 일을 진행할 수 없다며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 상가 조합원들 역시 고생한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들을 쏟아냈다.


● "그 돈 줄 거였으면 벌써 정비업체 들였지."


● "절대 돈 주면 안 된다."


● "봉사하는 마음으로 했어야지."

● "돈 받으려고 일했냐?"


● "누가 열심히 하라고 했냐?" 등등


이러한 반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추진위원장 시절 무용지물인 협약서를 가지고 있던 상가 조합원들이 이제 와서 혜택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나와 명탐정 건축사님은 정관에 단서 조항을 넣어 상가 조합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노력이 가볍게 치부되었다.




5. 막장 드라마 같은 현실


준코 회장은 조합원들에게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해 우리에게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


만약 그녀의 주장에 근거가 있다면, 우리를 고소해라. 나와 명탐정 건축사님은 분명히 말했다.


욕망이 스며들어 고요했던 연못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해가 뜨면 거짓된 그림자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린다면, 스스로 저지른 부끄러운 행동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6. 시간이 약


준코 회장의 배신과 상가조합원들의 가벼운 말들로 인해 한동안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한 시간을 보냈다.


이사회에 참석할 때마다 회의 진행보다 우리를 헐뜯는 데 시간을 쓰는 그녀를 보며(정비업체가 보내준 음성파일 확인),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까지 비열할 수 있을까 싶었다. 동시에, 그렇게까지 남을 깎아내려야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그녀가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잔인하게 미웠던 그 시간들도 결국 지나갔다.


이제는 내가 굳이 벌을 주지 않아도 언젠가 그녀 스스로 그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그런 좋지 않은 기운에 내 소중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아깝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더 이상 그녀의 소식에 관심을 두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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