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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엄마.
나는 무른 딸기 같은 사람이다. 곰팡이가 금방 슬어버리는 사람.
삶은 살아지고 상처는 잊히기 마련이다.
생각이 깊어지면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 그만. 내가 나에게 명령을 한다.
내가 살 수 있을까? 상처를 잊을 수 있을까? 나에게도 자신이 없던 날들.
딸아이가 컵에 있던 물을 쏟았다.
나는 소리를 질렀고. 아직 세 살도 안된 아이는 내 눈치를 봤다. 조그만 강아지 같은 아이가 온몸으로 눈치를 본다. 불편한 마음은 이렇게 어떤 형태로든 나타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엄마가 미안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소리를 질러서."
육아를 하면서 화가 났던 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딸 때문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안에서 곪아 있던 썩은 딸기 같은 마음이었다. 해결되지 않은 묵은 감정들이 나보다 약한 존재의 사소한 실수에도 싸구려 폭죽처럼 요란하게 터져 버린다.
엎드려서 엎질러진 물을 닦는다. 터져버린 마음까지 같이 닦는다. 아이가 돕는다.
아이에게 주는 사랑만큼 내 마음도 돌보기로 했다. 사랑이 다신 엎어지지 않도록.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아이를 안아준다.
엄마 괜찮아. 엄마 괜찮아. 아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