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나다 부자엄마 Nov 13. 2024

마음을 덥혀드려요. 라테.

라테는 말이지.

"저기, 이거..."


민자 막 퇴근하려던 참이었다. 얼굴이 빨갛게 된 여자, 작은 소리로 한국말을 건넨다.

"네?" 여자가 내민 손에는 초콜릿으로 만든 꽃 한 송이가 들려 있다. "네?"

민자 다시 한번 묻는다.


"예전에 제가 카드가 안 되어서 고생했을 때 음료를 그냥 주셨었거든요. 캐나다에 와서 그런 친절은 처음 받았었어요. 이 근처를 지나다가 그때 생각이 나서요."


"아. 정말요? 이거 안 주셔도 되는데 정말 괜찮아요. 음료 한잔 드실래요?" 민자가 물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고마워요. 그날 그 음료 덕분에 캐나다 생활에 정을 붙일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워킹홀리데이로 캐나다에 왔던 여자는 스물 후반이라고 했다. 캐나다 어학원에 3개월 과정을 등록했다고도 했다. 여자의 영어는 생각처럼 늘지 않았고 타지 생활은 외로웠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까 여자는 고민했었다고 했다.


커피나 마실까 하고 들어간 스타벅스에서 여자의 카드는 자꾸 에러가 났다. '어 이상하다. 왜 안되지?' 여자는 당황을 했다. 그녀 뒤로는 줄이 길게 서 있었다. 그때 민자가 말했다. "괜찮아요. 음료 만들어 드릴게요."

민자는 영어대신 한국말로 여자에게 말했다. 혹시라도 여자가 부끄러워할까 봐.


아무 생각 없이 했던 배려였다. 사실 민자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캘거리 스타벅스에서 취업사기를 당하고 방황하던 때. 친구를 따라간 스타벅스에서 민자는 생각지도 않게 쿠키 하나를 선물 받았다. 바리스타에게. 마감시간이었고 빵이며 쿠키가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버리긴 아까운 것들이라며 혹시 괜찮으면 쿠키를 줘도 되겠냐고 했다.


그때 그 쿠키가 민자는 고마웠었다.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도 감나무처럼 주렁주렁 이야기를 몇 개씩 달고 다닌다. 민자처럼.


라테를 만드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한 사람을 위한 마음으로 정성껏 라테를 만든다. '내가 만든 라테를 마시고 힘든 일이 있었다면 다 잊었으면 좋겠어요.' 마음으로 말을 건네는 민자.


민자가 하는 스타벅스 일에 새삼 자부심을 느낀다. 이름도 알려주지 않은 여자가 씩씩하게 캐나다에서 잘 살았으면 한다. 살다가 고꾸라지고 외롭거든 언제든지 스타벅스에 와서 민자를 찾으라고. 그럼 민자 사랑을 듬뿍 담아 따듯한 라테 한잔을 건넬 테니. 언제라도.



이전 07화 캐나다 스타벅스에 이력서 들고 온 한국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