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출입금지.
"한국사람이죠?"
주황색 에르메스 쇼핑백을 한쪽 팔에 낀 한국여자 둘이 민자에게 말한다.
"네? 네.." 아. 몽골사람이라고 할걸. 민자 후회해도 늦었다.
"이거 커피맛이 연해요. 그리고 저기 커피 만드는 사람 태도가 별로야." 45섯은 되었을까? 아니 50? 화장품을 딱풀처럼 덕지덕지 발라 놓은 덕에 나이를 잘 모르겠다.
"어 어떤 음료를 주문하셨을까요? 혹시 샷이 더 필요하시면 샷을 추가하시면 됩니다." 사실 그깟 에스프레소 샷 하나쯤이야 공짜로 줄 수 있었다. 하지만 태도가 문제다. 아니 이 사람들은 예의를 인천공항에 두고 왔나.
"잠시만요." 민자가 무례한 한국여자들에게 기다리라는 손짓을 보낸다. 커피를 만들고 있던 동료에게 방금 전 상황을 묻는다.
"아, 그분들 플랫화이트 두 잔 시켜서 만들어 드렸는데 왜?" 커피를 만들던 베트남 동료가 답했다. 베트남에서 온 동료는 민자가 지구상에서 만난 인간들 중 가장 친절한 사람이다. 쟤가 태도가 별로였다니 말도 안 돼.
"플랫화이트 주문하셨죠. 바리스타가 만든 것도 플랫화이트가 맞아요. 커피가 연했다면 샷을 추가하시면 됩니다." 민자가 말했다.
"아니, 커피 맛이 별로였다니까." 끼익. 중년의 여자가 급발진을 한다. 아니 왜 반말이야. 저 여자.
"컴플레인하실 거면 이메일로 접수하시던지 매니저 불러드릴게요." 민자가 매장 수화기를 들며 여자들에게 말한다.
"아니 컴플레인까진 됐고 나는 그쪽한테 사과를 받고 싶어요." 뭔 개소리야. 민자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다.
여기가 한국인줄 아나.
"제가 주문을 받지 않았고 제가 커피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과할 이유는 없습니다. 컴플레인레터를 보내셔도 됩니다. 커피가 입에 맞지 않으셨다면 환불해 드릴게요." 민자 또박또박 말한다.
"사과하면 되잖아요. 나는 사과가 받고 싶다니까." 스타벅스에서 웬 사과 타령. 백설공주야 뭐야.
"매니저 불러 드리겠습니다." 민자 수화기 버튼을 누르며 말한다.
"아, 됐고 환불해."
아줌마 하나가 아까 시킨 중간 사이즈의 플랫 화이트를 신경질 적으로 민자 쪽으로 들이민다. 소란에 커피 몇 방울이 카운터에 튀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민자 계산대에서 돈을 꺼내 여자에게 건넨다.
"사과하면 될 일이지. 일을 어렵게 만들어." 옆에 여자가 플랫화이트 한잔을 홀짝이며 말을 덧붙인다. 구겨진 얼굴로 돌아서는 그 둘을 민자가 부른다.
"저기요. 두 잔 환불해 드렸어요. 커피는 놓고 가세요." 장난하나. 아니 맛없다면서요. 커피는 놓고 가셔야지, 이 양반들아.
"뭐야. 재수 없게. 그러니까 캐나다까지 와서 커피나 말고 있지."
중년의 여자는 입에 걸레를 물었나 오늘 처음 봤는데 말을 저렇게 할 수 있지. 저기요. 아줌마, 재수 없는 건 나거든. 그리고 영어 못해서 한국인 직원한테 진상짓 하면서 뭐요? 이 아줌마가 보자 보자 하니까 보자긴 줄 아나.
한마디 쏘아붙일까 하다 민자 똥을 밟지 않고 보내기로 한다.
한국 아줌마 둘은 팔짱을 끼고서 한참 동안 민자를 째려본다.
"뭐야, 지금 눈싸움하자는 거야. 뭐야." 민자 어이가 없다. 꼴랑 5~6천 원 커피 한잔 마시면서 저러고 싶나. 진짜 에르메스 쇼핑백은 왜 들고 온 거야. 거기 안에 도시락 싸왔나. 미친. 아니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몰라요? 명품 들고 다니면 뭐 되는 줄 아나. 아니 너 뭐 돼요? 너.뭐.되.냐.구.요?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만다고 해도 민자 인생까지 말아버린 건 아니다. 아줌마, 너네들은 여기 면접도 못 볼걸. 야. 캐나다 스벅에서 일하는 거 쉬워 보이지? 원래 남이 하는 건 다 쉬어 보이는 거다. 아줌마 너네가 한번 해봐. 뭐 시켜주지도 않겠지만,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저런 사람들 젤 싫어. 민자 속으로 쌍뻐큐를 날린다. 다신 오지 말아요. 아줌마.
"언니,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 오면 영어로만 말하라고 했잖아." 어느새 출근한 한국 직원이 민자 편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