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혹시... 일하는 사람 구하시나요?"
흰색 A4용지를 들고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하나가 묻는다.
"아, 우리 지금 사람은 안 뽑는데 인터넷 들어가서 한번 검색해 봐요. 다른 곳은 구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거 이력서 맞죠? 혹시 모르니까 그거는 내가 우리 매니저 전해 줄게요."
하루에도 한두 명, 많으면 서너 명, 젊은 사람들이 이력서를 들고 민자가 일하는 스타벅스를 찾았다. 민자는 그 모습이 꼭 8년 전 민자 같았다. 민자는 이력서에 담긴 그들의 희망을 차마 모른 척할 수 없었다.
"혹시....."
밴쿠버는 비가 자주 왔다. 단풍이 지는 9월과 10월은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왔다. 비에 쫄딱 맞은 생... 아니 동양남자하나가 민자의 스벅으로 들어왔다.
남자 손에는 비에 젖은 종이 한 장도 들려있었다.
"혹시.... 사람... 구하시나요?" 동양 남자가 바들거리며 영어로 묻는다. 신고 있는 신발이며 매고 있는 백팩을 보아하니 한국인이다.
"한국분이신가요?" 민자가 한국말을 한다.
"오, 맞아요. 제가 스타벅스 일을 찾고 있어요."
"뭐, 한잔 마실래요? 라테? 아메리카노?" 민자가 남자에게 음료를 한잔 권한다.
"아. 아니에요."
"비도 오고 추우니까 한잔 마셔요. 괜찮아요. 제가 살게요."
한참을 망설이던 남자가 어렵게 입을 뗀다.
"그럼.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민자가 커피 기계를 눌러 샷을 뽑는다. 요즘 스타벅스 기계는 자기가 알아서 척척 해준다. 우유 스팀만 잘하고 버튼만 누르면 되니 전보다는 일하기 한결 편했다.
"이거 한잔 드세요. 스타벅스 경험은 있으세요?"
"아. 제가 한국에서 바로 와서 경력은 없어요. 그래도 잘할 수는 있어요."
"요즘에는 기계가 거의 해줘서 예전보다 많이 편해졌어요. 그런데 경험은 있어야 돼요. 스타벅스가 아니더라도, 커피와 관련된 곳에서 일을 했으면 가산점이 많이 붙을 거예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력서는 전달해 드릴게요."
"네, 정말 고맙습니다." 남자가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인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민자도 그랬다. 아무것도 몰랐다. 이력서를 들고 이곳저곳 캐나다 스타벅스 매장에 기웃거렸다. 처음에는 부끄럽기도 했는데 하다 보니 별거 아니었다.
자기 힘으로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사람들. 캐나다까지 와서 잘 살아보려는 사람들을 보면 민자. 기분이 좋아진다. 잘해주고 싶고 뭐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
5분 전까지만 해도 때려치우고 싶은 직장이었다. '에라이. 그만둘까.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
민자가 하고 있는 스타벅스 일이 어떤 이에겐 간절함임을 알게 되었다. 부끄러웠다. 민자 스타벅스 일하기 전에는 간절했었으니까. 그걸 잊고 살았다. 그 마음을.
하루도 밀리지 않고 2주마다 나오는 돈, 무료로 스타벅스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혜택, 일하면서 영어도 쓰고 배울 수 있고, 아.... 민자 생각을 바꾸기로 한다.
청년 덕분에 민자 많은 것을 깨닫게 된 하루였다. 나중에 여기 스타벅스를 그만두는 날이 온다고 해도 민자가 맡은 몫의 일은 깔끔하게 하고 나가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청년이 잘 되기를. 캐나다에서 계획했던 모든 것을 다 하고 가기를 민자 오늘따라 마음을 담아 손님들의 음료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