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 아니면 다 끝장이야.
줄다리기할 때 맨 끝에 서있었거든. 내가 등치가 좋아서 국민학교 선생님이 나보고 맨 끝에 서있으라고 했어. 그 누런색 밧줄을 허리에 동동 동여매는 거야.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삑 하고 불면 반대편으로 누워버려. 버티는 거야. 야 6학년 1반 우리 할 수 있어. 절대 끌려가면 안 돼. 버텨. 야 잘할 수 있어.
나는 캐나다에 와서도 혼자 줄다리기를 했어. 어지럽게 꼬아진 인생이란 밧줄을 허리에 온몸에 칭칭 동여매는 거야. 딸려가지 말자. 누워버려. 버티자. 버텨. 끝나지 않는 게임은 없잖아. 조금만 버티면 이번판은 끝날 거야. 내가 내게 말해.
내가 기술은 없는데 미련곰퉁이란 소리는 많이 들었거든. 미련하니까 그냥 버티는 거야. 근데 버티다 보면 힘이 생기더라. 손목에도 줄을 감고 반대쪽으로 밧줄을 훅하고 당겨. 내 인생이니까 더 이상 딸려가지 않겠다고 발에 힘이 들어가 주변의 흙들이 어지럽게 파여. 아니야. 안돼. 딸려가면 안 돼. 온 힘을 다해 버티는 거야. 그럼 정말 버티는 힘이 생긴다고.
버틴다고 생각했거든. 낭떠러지에서 난 열손가락이 새 빨개지도록 그걸 잡고 있다 생각했어. 버티는 삶. 하루하루 버틴다. 중심을 잃으면 안 돼. 긴장을 잃으면 안 돼. 그럼 떨어지는 거야. 나락으로. 다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잖아. 방안에 날 가두고 엉망진창인 방에서 뇌고 생각이고 엉망진창이 돼버리게 살 순 없잖아.
삶이란 게 그래. 내가 가지고 있는 우울이랄지 때때로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또 너무 갑자기 행복해지는 마음 같은 게 그래. 자 지금부터 행복합니다. 한 번에 딱 바뀌지는 않더라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언제까지 나는 버티며 살아야 하나요. 어디를 가서 물어야 될까. 종교를 믿어야 되나. 아 자신 없다. 부질없다 그런 생각도 들거든. 내가 그랬으니까. 근데 내가 바뀌는 거야.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랄까. 도망치지 않고 버티기만 했는데 미리 겁을 집어먹고 징징거리던 예전의 내가 아니더라고.
나도 모르게 단단해져 있다는 거야. 버티면 힘이 들어가잖아. 종아리며 허리근육이며 그런 것들이 다 단단해져 있다니까. 정말 그래. 올라갔다 바닥을 치는 롤러코스터 같은 삶은 그대로인데 내가 강해진 거지 그래서 또 나도 모르게 내 주변의 것들도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니까.
그래서 버티자고. 무서워도 두 눈 질끈 감고 온몸으로 파도를 막아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