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리. 암 쏘 쏘리."
캐나다 와서 내가 제일 많이 했던 말. 헬로. 하이. 아임 파인 땡큐 앤 유? 도 아닌. 쏘리. 암쏘 쏘리. 미안. 미안해.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지었는지 캐나다에서 내가 제일 많이 했던 말은 쏘리였다. 얼마나 쏘리를 많이 했냐면 길 가다가 어깨 부딪힌 이름 모를 나무에게도 나는 '쏘리'라고 말했으니까.
처음엔 모든 게 쏘리였다. 내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것. 내가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아니 그냥 내가 캐나다에 와서 일을 하는 자체가 쏘리였다. 나는 그만큼 자신이 없었다. 영어든 나 자신이든.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하루는 매니저가 나를 불렀다.
"잠깐 내 사무실로 올래? 잠깐 나 좀 봐."
나는 내가 또 나도 모르게 무슨 잘못을 했을까 무서웠다. 혹시라도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듯 어렵게 구한 직장을 잃게 되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 그래서 또 미리 말했다. "쏘리."
매니저는 한참이나 다정스럽게 나를 바라봤다. "내가 너한테 숙제를 하나 줄게. 너 이제부터 쏘리 금지야. 한 번만 더 쏘리라고 하면 너 하루종일 내 오피스에 붙들어 놓을 거야. 나는 네가 너에게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 너는 잘하고 있으니까."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사실 그녀의 영어를 100%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를 응원해 주는 그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쏘리라고 하지 말아야지. 우리 매니저 말대로 나는 내가 한 일에 자신감을 갖아야지. 내가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야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
삶이 힘들 때, 이민 생활이 힘들 때. 내가 잘 가고 있나.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 나는 종종 내 길 위에 멈춰 섰다. 그때마다 그녀가 나에게 해주었던 말. 내 손을 잡고 나를 안아주며 했던 말. "너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져. 너는 정말 잘하고 있으니까." 그 말을 마음속에서 꺼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