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30이 되기 전.
한국나이 29.
남들처럼 한국에서 잘 살 자신이 없었다.
일 없는 아빠. 그래서 늘 아빠는 화가 나 있었다. 아빠는 늘 시발을 입에 달고 살았다.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하네 마네 사네 마네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웠다. 서로를 증오하고 서로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어떤 날은 살림살이가 터져 나가고 어떤 날은 엄마가 터져 나갔다.
나는 머리가 크고 키가 160cm이 가 되고 나서는 아빠한테 그리고 엄마한테 참 많이 대들었다. 사는 게 사는 거 같지 않아서. 누구의 말대로 망할 놈의 집구석에서 나는 더 망하기는 싫었으니까.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내가 어떤 앤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그게 캐나다였다.
내가 한국에서 쌓았던 도미도는 자꾸자꾸 쓰러졌다. 하나 두 개 그리고 다섯 개를 놓기도 전에 차르르 쓰러지고 망가졌다. 나는 그걸 어쩌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었다. 지저분했다. 사는 게 구차했거든.
그게 벌써 15년이다. 한국을 떠난 지. 15년이 되었다. 캐나다에 산지.
한국에서 도망쳤다고 생각했다. 도망자. 패배자. 한국에서 안 되는 사람. 나는 나를 그렇게 생각했다. 도미노가 무너지듯 나는 나 자신을 무너트리고 쓰러트렸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누구의 말대로 무너진 도미도도 위에서 보면 그림이 된다니까. 무너진 것들 모두 내가 캐나다로 오게 된 용기의 첫걸음이라고.
잘 살고 싶었다. 도망친 게 아니었다. 나는 캐나다를 선택했다. 내가 한 선택에 후회 없도록 캐나다에서 열심히 살기로 했다.
살다가, 잘 살려고 하다가, 내 도미노가 또 무너지고 쓰러져도 나는 무너지지 말자고 그것 그대로 괜찮다고. 그것 그대로도 의미가 있다고. 잘 살아보자고. 그래보자고. 오늘도 씩씩하게 산다. 캐나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