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됐다.
감정이 널을 뛴다. 푸더덕 푸더덕.
예민하다.
예민하다는 게 윗집에서 나는 피아노소리에 짜증이 난다. 글 쓰던 맛이 떨어진다. 노트북을 탁 덮어버린다. 피아노 소리 하나에 신경이 곤두선다. 거실에 뛰어다니던 아이에게 불똥이 튄다. "뛰지 마. 몇 번을 말해. 뛰지 말라고." 날카로운 엄마 목소리에 4살 난 아이가 얼음이 된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분위기에 남편이 눈치를 본다. 피아노 소리 하나가 우리 집을 들쑤셔놨다. 생각해 보면 아이에게 좋게 말해줄 수도 있었다. 소리도 지르지 않을 수 있었고.
어른이란 이유로 키가 크고 힘이 세다는 이유로 나는 내 아이에게 권력을 사용했다. 나쁜 엄마.
'나는 절대 엄마 같은 사람은 안될 거야.'
'나는 절대 아빠 같은 사람은 안될 거야.'
다짐했다. 내가 어렸을 때. 똑 단발 중학생이었을 때. 엄마처럼. 아빠처럼 소리를 지르는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했다.
어느 날 본 거울 속엔 내가 그리도 닮고 싶지 않던 엄마와 아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