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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부자엄마 Dec 03. 2024

30살, 첫 독립의 시작. 반지하.

캐나다도 반지하가 있더라고요.

여자 나이 서른 살. 첫 독립을 했지.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반지하. 한 달에 $550불, 힌국돈 오십만원짜리. 반지하 방.


캐나다도 반지하가 있더라. 나는 반지하에서 살았어. 삐걱 거리는 나무문을 열면 물 곰팡이 냄새가 훅 끼치는 그곳. 고정되지 않은 나무 계단 세 개를 밟고 내려나면 부엌으로 가는 문 하나가 나왔어. 추운 겨울날은 그 문을 닫아놓았어. 더운 여름에는 그 문을 열어 놓았지. 반지하에는 나 말고도 다리 많은 벌레도 살았어.


'돈벌레'


그 벌레는 한국집에도 있었어. 엄마는 그 벌레를 돈벌레라고 불렀어. 그 벌레가 집에 있으면 돈이 많이 생긴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그 벌레를 한 마리도 죽이거나 어째진 못했어.


외로웠거든.


캐나다 반지하는 어두웠어. 티브이도 없고 인터넷도 없던 그곳에서 나는 외로웠나 봐. 그때는 돈도 없고 비자상태도 불안정해서 외로움을 느끼는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했어. 누가 그러던데 캐나다는 전기세도 비싸다고. 그래서 미련하게 불도 잘 안 켜고 지냈어. 반지하에서.


돈을 벌고 나서 그러니까 직장을 구하고 2주마다 돈이 통장에 따박따박 꽂히고 나서는 집 주변에 있는 팀홀튼을 한 번씩 갔어. 그래봤자 2천 원도 안 하는 제일 싼 커피 한잔을 시키고 3천 원짜리 블루베리 머핀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던 날들이었지만.


팀홀튼에서 헬로키티가 그려져 있는 공책에 이것저것 내 마음들. 그리고 그때 하던 생각들을 적었어.


'불안하다. 과연 나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하던 글들이었는데 끝맺을 때는 잘살자. 살아남아야 돼. 이렇게 썼어. 다른 말로 하면 나는 나에게 응원을 했던 것 같아.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까 내 안에 있는 수많은 내가. 나에게 잘될 거라고 용기를 준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캐나다 살면서, 반지하 살면서, 나는 늘 내가 혼자라고 외톨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나를 응원하고 있었어. 나이를 그때보다 더 먹고 나서 마흔이 지나고 나서 내가 나를 믿어주고 응원한다는 게 얼마나 큰 건지 알게 되었어.


'에이, 잘 안될 거야. 내가 어떻게 저걸 해. 못해.' 이런 마음들보다.

'할 수 있어. 처음에는 잘 안되더라도, 하다 보면 될 거야.' 이런 마음들을 품고 살아야 된다는 것도.


내가 하는 일이. 그리고 내가 글을 쓰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설령. 가족에게라도 응원받지 못하는 것이라도.

괜찮아. 내가 나를 응원하니까. 내가 잘될 거라고. 포기하지 말자고. 마음을 보내니까. 괜찮았어. 혼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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