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나다 부자엄마 Dec 06. 2024

만나는 사람에게 친절하세요.

사랑이 그립나요?

자주 가는 슈퍼 앞에 그녀가 살고 있다. 12월인데도 얇은 티 한 장을 입고서.


누래지다 못해 까매진 이불 한 장. 다 터진 가방한개. 그리고 어지럽게 널려진 잡동사니. 그것들이 그녀의 전재산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홈리스라고 불렀다. 그녀가 언제부터 그 슈퍼 앞에서 살았는지 모른다. 코를 찌르는 지린내와 떡진 머리. 그런 것들을 보면 오랫동안 그 앞에서 살았을지 싶었다.


주말이 끝난 월요일이었다.


꼬마의 유모차를 밀고 슈퍼로 가려했을 때었다. 그녀는 그 슈퍼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환하게 웃는 남자 하나가 마트에서 산 꽃다발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 꽃을 받은 그녀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곧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렀다. 때구정물 검은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해브 어 굿데이." 꽃을 건넨 남자가 그녀에게 눈 맞추며 인사를 한다.


검은 눈물범벅이 된 그녀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시 그 자리에서 도로 위에 홀로 남겨진 그녀는 오랫동안 소리 내며 울고 있었다. 그녀도 분명 사랑을 받고, 사랑을 나누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한 번도 거리 위에 사는 사람들에게 꽃을 줄 생각은 못했다. 남자는 어떤 의미로 그녀에게 꽃다발을 건넨 걸까?


이른 아침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을 목격한 내 마음이 울컥한다. 나도 이런데 꽃을 받은 그녀 마음은 오죽할까 싶다. 아마 그래서, 그녀도 저렇게 서럽게 우는 것이 아닐까.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고, 꽃같이 아름다운 존재라고 그녀도 나처럼 느꼈을까?


캐나다 게스 타운에는 마약으로 유명한 좀비 거리가 있다. 친구가 커피를 한잔하려고 지나친 그곳에서 초점을 잃은 눈으로 앉아 있는 한국인 청년을 본 적이 있다. 무슨 사연으로 여기까지 와서 저렇게 앉아 있을까? 잠시 생각을 하다 친구와의 약속시간에 쫓겨 도망치듯 그곳을 떠났다. 그 청년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많이 힘들었을까? 여기서 생활하는 게? 아니면 한 번의 호기심을 막아줄 친구하나 없는 외로운 사람이었을까?


캐나다 노숙자 쉼터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들과 같은 책상에 앉아서 십자가도 만들고 이야기도 했다. 다들 사연 한두 개씩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라 나는 그 사람들이 편했다. 마약을 오래 한 탓에 잇몸뼈가 다 일그러진 사람들. 알아듣기 힘든 그 말들에 귀 기울여 주고 같이 웃어주면 그들이 참 좋아했다.


나처럼 외로웠던 사람들. 그래서 누구라도 오면 아이처럼 손뼉 치며 좋아하는 사람들. 그들 곁에 좋은 사람 한 명만 있었다면 우리는 이곳에서 만나지 않았을까?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어디로 간 걸까? 하루에도 몇 번이나 앰뷸런스 소리가 시끄럽다. 거리 텐트 안에서 혹은 도로에서 사람들이 생을 마감한다.


낯선 이에게 꽃을 받고 아이처럼 엉엉 우는 그녀를 나는 잊지 못할 것 같다.


오늘 하루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나를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다정한 눈빛을 보내고 싶다.

차갑고 외로운 이 세상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나는 조금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힘이 들 때, 

혼자라고 생각이 들 때,


나쁜 것에 기대지 말고 

사람에게, 사랑에게, 우리 힘이 들 때 기대자고 안아주고 싶다.


나도 힘들 때 사람들의 작은 친절이 참 좋았으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