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가난. 다시는 보지 말자.
삐걱' 힘겨운 나무 뒤틀리는 소리를 낸다. 반지하 문이 열린다. 발로 힘껏 차버리면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낡은 문을 연다. 엉성한 나무계단을 하나, 두 개를 밟고 내려간다. 또 내려간다. 덜 말린 걸레에서 나는 냄새 같은 것들이 벌써 마중을 나왔다. 나는 반지하에 살았다.
캐나다에서. 벌써 10년도 넘은 이야기. 한 달에 $500불. 한국 돈으로 치면 50만 원에 구한 집이다. 인기척에 다리 많은 벌레가 뽀르르 흔적 없이 틈으로 벽 사이로 흩어진다. 내 나이 서른. 여자 나이 서른에 처음으로 혼자 사는 집이 반지하 집이었다. 앉을 의자 하나 없는 반지하에 내 목소리가 윙윙 앵앵 메아리로 돌아온다. 이민 가방에서 겨울옷 몇 개를 꺼내 다 해진 카펫 바닥에 깔아 놓는다. 오늘만 이렇게 자고 내일은 월마트에 가서 에어 매트리스를 사러 가자.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 것이 없다.
지키려고 악을 썼던 돈을 다 잃었다. 그래도 나는, 나 자신은 잃지 않았으니 괜찮았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뉴펀들랜드에서 내가 나를 위로했다. 내가 내 어깨를 다독인다. 괜찮다.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괜찮다. 울지는 않았다.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으니까 달라지려면 내가 변해야 되니까. 그런 날들이 있었다. 반지하 살면서 바닥치고 가슴 치던 날들이. 문득 생각났다.
그런 날들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