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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이해하는 중년이 되어가는 중

옷차림

by 이원희

오늘 입고 있는 작업복은 추억이 많은 옷이다.


내가 가장 예정하는 겨울 작업복이기도 하다.

아마도 5~6번의 겨울을 함께한 것 같다.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고,

뽕을 뽑고도 더 뽑았다.


줄눈 일을 하면서 시장에서 산 저렴한 옷을 입고 작업하니 너무 가엽어 보였다. 줄눈시공은 신뢰도 가 50프로 이상인데, 고객을 만나 색상 상담을 하고 미팅을 때는 노가다꾼의 작업복은 아닌 것 같았다. 쉽게 지저분해지고 무릎까지 나오는 트레이닝복은 마음이 불편하기까지 했다.


큰맘 먹고 기능성 작업복을 찾아 아웃렛 매장에 가서 4~5벌을 샀다. 조금 비쌌지만,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 옷이 이제는 너무 낡고 해져서 작년에도 ‘이번 겨울만 지나면 버려야지’ 했지만,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익숙하고 편해서 다른 옷보다 먼저 손이 가니, 어쩔 수가 없다. 똑같은 바지 중 한 개는 무릎이 닳아 엄마가 검은 천을 덧대 감쪽같이 수선해 주셨다.


이번 겨울이 지나면 정말 버릴 수 있을까?


애정이 생기면 쉽게 버리지 못하는 내 습관도 한몫하지만, 이만한 가성비 좋은 옷을 아직 찾지 못한 탓도 있다.


이보다 좋은 옷이 또 있을까?


나와 몇 년을 걸어온 시간과 함께한 흔적이니까, 단순한 옷이 아니라 정이 담긴 옷이다. 또 한해를 함께할지 모르겠다. 내가 찾고 있는 것은 단순한 새로운 작업복이 아니라 그만큼 믿고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편안한 또 하나의 익숙함일 지도 모르겠다.

나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참 좋다.


삐쭉 구두, H라인의 정장을 즐겨 입었었다. 범생같이 모든 단추는 목까지 잠그고 단정하게 탁 떨어지는 그런 옷을 좋아했었다.


지금은 외출할 때도 편안한 차림이 좋다. 환경이 바뀐 것일까, 내가 바뀐 걸까?


아니면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찾는 중년이 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어른들이 이해가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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