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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의 위대한 도전

20주 차: 태동이 더욱 활발해지는 시기

by 은방울 꽃

2월 학교 업무포털에 접수했다. 내가 처리해야 할 공문이 0개였다.

원래 10개씩은 쌓이던 공문인데, 새삼 업무가 다른 담당자에게 인수인계처리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람된 문서에는 새로운 담당자 선생님의 이름으로 결제자가 바뀌어있었다.

그 순간 후련한 마음과 함께 어딘지 쓸쓸한 마음도 들었다.

이제 정말 학교에서 내 자리는 없구나!

(이런 감정은 의외였다.)


산전휴직 첫날 공허함을 느낀 것도 잠시, 출근하는 남편을 보며 휴직 생활에 천천히 녹아들기 시작했다.

원래 이맘쯤이면 업무와 학년 분장으로 정신이 없을 시기이다. 친한 동료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에서 나 역시 희비가 교차했다. 다들 행복하고 보람 있는 한 해를 보낼 수 있길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다.


요즘 나의 하루 루틴은 이렇다.

1. 기상 후 1시간 걷기 (약 6000보)

2. 독서 1시간

3. 컴퓨터 자격증 실기 준비

4. 문화센터 숙제(프랑스 자수)

5. 출산 준비 (고정 비용 줄이기-인터넷, 핸드폰, 각종 보험 점검)

6. 전화영어 20분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들을 보완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저절로 행복한 엄마가 되어 자동으로 태교가 되고 있다고 느낀다.

조금은 어설프더라도 이것저것 도전해 보는 것이 그저 재미있다.


나도 모르게 학교에서는 종종 긴장하는데, 작년은 특히 새로운 곳으로 학교를 옮기며 마음 둘 곳이 없어서 힘들었었다. 더 열심히 해야 하고 맡은 일을 최대한 실수 없이 해내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다.

처음 맡은 학년과 보직이 주는 부담감과 무게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참 많은 것을 얻었고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던 1년이었다.


20주 차가 되니 아이의 태동이 조금씩 강해지면서 태동이 약할 때는 간혹 걱정도 되었다.

정말 신기한 것이 내가 즐겁고 행복할 때는 아이도 잘 놀지만,

걱정이 많고 불안하거나, 기운이 없으면 아이도 잘 놀지 않는 것 같다.

아이가 나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던데 정말 그런가 보다.

그래서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신체적인 변화로는 배가 눈에 띄게 나오고 체중도 3Kg 정도 증가했다.

원래도 피부가 예민한 편이지만 주사 피부염과 모낭염이 심해졌다 괜찮아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피부 관리실에서 기본적인 관리는 산모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조만간 관리실을 가긴 가야겠다. 잘 나지 않던 큰 여드름까지 나서 얼굴빛이 좋지는 않다. 나온 배를 보며 우울감을 느끼는 산모들도 많다고 하는데 공감이 된다.


어제 남편이 멋진 말이 있다며 내게 들려준 말이 있다.

"세상에 위대한 사람은 없다. 평펌한 사람의 위대한 도전만 있을 뿐이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것은 평범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도전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마블에 등장하는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된 것만 같다.

적어도 아이를 낳는 순간 애국자는 맞지!


이런들 저런들 긍정의 힘으로 이번 주도 흘러갔다.



*산전휴직이란?

육아휴직을 1년을 통으로 낼 수 있다. 출산휴가를 제외하고 출산 앞에 낸 휴직을 편의상 산전휴직이라고 부른다. 내용은 육아휴직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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