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주, 미니멀 육아에 빠지다.
'입덧만 가시면 소원이 없겠네!'
매일 저녁 눈을 감으면 하루동안 먹었던 음식들이 목에 끼어있는 것만 같았다.
출산까지 계속 입덧을 했다던 주변 동료의 말을 애써 한 귀로 흘리며, 최대한 긍정적으로 버티던 지난 날들..
드디어 입덧이 사라졌다.
입덧 뒤에는 먹덧이 짧게 스쳐갔다.
먹지 않으면 울렁거리는 증상이 먹덧인데, 임신 전부터 체하는 게 심해 많은 양을 먹지 않았던 나라서
조금씩 자주 먹으며 먹덧을 이겨냈다.
그 뒤로 찾아온 것은 임신 소양증.
온몸이 간지럽고 땀띠처럼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증상이다. 통풍이 잘 될 수 있도록 얇은 옷으로 갈아입고 임신 소양증이 일종의 염증반응이라는 글을 보고 보습제와 튼살크림도 중지했다.
처음에는 건조함이 느껴졌지만 2주 뒤인 현재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18주 차인 오늘 제법 뱃속에서는 태동이 느껴진다.
한 가지 증상이 사라지면 한 가지 증상이 생기는 게 신기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마치 아이가 "엄마!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라며 보내는 신호 같았다.
16주 차가 되면 이렇게 씩씩한 우리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있다.
우리 아이는 딸이다.
휴직계를 내고 오늘 한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딸 부잣집 선생님께 이것저것 여쭤보다 육아의 비결을 전수받았다.
"아이를 행복하게 해 주려고 애쓰기 전에 내가 행복하면 아이도 가족도 행복하다."
가슴속에 와닿는 말을 새기고자 오늘도 글을 적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니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기대 반 걱정반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시던 학부모님들이 생각났다. 무엇인가를 해주려고 애쓰던 부모님들의 모습. 그리고 지금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의 초임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초임 때는 아이들과의 즐거운 추억에 학급운영의 전반적인 부분이 맞춰져 있었다. 아이들과 행복하게 한 해를 보내는 것이 내 목표였다.
지금은 아이들이 가져야 하는 습관, 태도, 목표 등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학급경영에서 무엇을 더하기보다 아이들과 일관성 있게 할 수 있는 것들,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장치들을 더욱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의 교육철학도 점점 미니멀해지는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해줘야겠다는 부담을 갖지 않는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스스로 해냈던 일, 친구들과 함께 했던 기억들이 더 가슴속 깊이 자리 잡아 아이의 내면의 여러 가치를 키운다. 그렇듯 육아의 방향도 '미니멀'한 육아를 추구하게 되었다.
요즘은 출산 전 용품 리스트를 확인하느라 분주하다.
이것저것 확인해 보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미리 가려내 사지 않고 싶다는 마음으로 검색을 해보기도 한다. 무언가를 더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로는 부족함이 필요하다는 것. 꼭 육아와 교육뿐만 아니라 조바심과 걱정이 많을 때, 내 인생에도 새기고 싶은 한마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