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風脫葉下鏘然(무풍탈엽하장연)
바람도 없는데 잎이 툭 떨어지니
瘦影絲絲掛暮煙(수영사사괘모연)
여윈 가지가 실처럼 저녁 안개에 매달렸네
折葦枯荷相伴住(절위고하상반주)
꺾어진 갈대와 마른 연꽃은 서로 의지하고
鴛鴦衣冷不成眠(원앙의랭불성면)
원앙새는 옷이 얇아 잠들지 못하네
後秋柳詩(후추류시) 중에서 / 신위
새의 깃털은 자유의 상징이다. 깃털이라는 비대칭 구조체를 지님으로써 조류는 이차원적인 지상을 떠나 삼차원의 삶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자유보다 동물에겐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랑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대부분 수컷들이 아름다움이란 전략으로 암컷을 유혹한다. 특히 조류가 그런 전략을 많이 사용하는데, 따라서 대부분의 새는 수컷이 암컷보다 화려하고 예쁘다.
수컷 공작은 번식기가 되면 동그란 무늬가 있는 화려하고 긴 꼬리를 부채처럼 펼쳐서 암컷을 유혹하며, 수컷 원앙은 화려한 색깔의 댕기와 깃털 등으로 치장한 꽃미남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새들이 깃털을 발달시킨 최초의 목적은 날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이처럼 암컷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 2011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채로 발견된 시조새의 화석이다. 연구진은 그 화석에서 비행을 위해 적응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칼깃형 깃털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 깃털들이 비행과는 전혀 상관없는 뒷다리에도 나 있었던 것.
이에 의구심을 품은 연구진은 근래 발견된 원시 조류 및 그 후손들의 화석을 샅샅이 분석했다. 그 결과 칼깃형 깃털을 지닌 개체들 중 상당수가 비행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날개 길이가 너무 짧아 날 수 없었거나 깃털이 있는 곳도 생물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달랐던 것이다. 연구진은 칼깃형 깃털들의 형태와 정교한 패턴을 관찰할 결과, 그중 일부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장식용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수컷 공작의 장식용 꼬리나 수컷 원앙의 화려한 색깔은 생존에 매우 불리하다. 긴 장식용 꼬리는 도망갈 때 장애물로 작용하고, 화려한 색깔은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컷들은 왜 죽음을 무릅쓰고 치장을 하며, 암컷들은 왜 그런 수컷들을 짝짓기 상대로 선택하는 것일까. 그것은 ‘핸디캡 이론’과 ‘좋은 유전자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화려한 치장이 생존에 장애가 됨에도 불구하고 그때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 수컷이 난관을 극복할 능력이 충분함을 확인시켜주는 증거가 된다는 것이 핸디캡 이론이다.
또 화려하고 긴 꼬리는 그 개체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며, 암컷은 그처럼 건강한 유전자를 지닌 수컷을 선택한다는 것이 ‘좋은 유전자 이론’이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자 라이히홀프는 ‘미의 기원’이란 저서에서 이런 이론들에 대해서조차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단지 진화의 목적이 생존이라면 생명체가 굳이 아름다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생명체의 화려한 치장의 목적이 ‘억압된 환경으로부터의 자유’에 있다고 주장했다. 최초의 새들도 그런 목적에서 깃털을 발달시킨 것이라면, 정말 제대로 된 자유의 개념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