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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맑지만 춥다.

by 김정우

날씨:맑음

최고기온:19도

최저기온:12도


햇빛은 들지만 그늘가에 외로이 있는 민들레처럼

춥다. 날이 추워가며 볼이 빨갛게 올라오듯이 나무들도

볼이 시려 붉게 물드나 보다. 오늘 내 머릿속은 텅 빈 하늘에

작게 둥둥 떠 나니는 구름처럼 귀찮음이라는 생각 밖에 없다.

귀찮을수록 손은 잘 움직일 수 없다. 그 귀찮음을 녹여줄

따듯한 코코아 한잔이면 얼었던 손도 금세 녹는다.

겨울에 나무는 잎을 떨구고 다람쥐는 볼에 도토리를 한가득

나는 겨울이 되기 전에 읽을 따듯한 글을 쓰려한다.

내 글이 한 겨울에 난로처럼 내 맘을 녹일 수 있도록 나는

이렇게 겨울맞이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옷을 사려 바쁘지만

나는 글을 쓴다. 그 글로써 나는 겨울을 버티려 쓰고 또 쓴다. 글의 따듯함과

여러 사람들의 온도가 담긴 마음이 모이면 이 겨울은 무사히 보낼 수 있다.

길을 지나다 보면 보이는 오래된 붉은 벽돌, 날이 추워 불게 물든

단풍나무, 가을 타며 사랑 찾아 부끄러워 빨개진 코스모스

모두 붉다. 가을은 붉다. 하지만 겨울은 하얗다. 사랑은 다 가고

봄을 맞이할 계절 그 계절을 우리는 맞이할 준비를 한다.

글에 사랑을 담으며 깨작깨작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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