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에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 날 난 또 일어난다.
이틀간 치러지는 기말고사 때문에 나는 또 일찍 일어나
학교로 간다. 널찍한 시험지를 보면 시험지 마지막장인
빈 종이처럼 머리도 하얗게 된다. 글을 보면 머리가 하나하나 조하해 정답을 알아내게 된다. 물론 틀린걸
조합하게 되면 그 문제는 틀리게 된다. 나는 지금 과학
시험지 맨 마지막장에 글을 쓰는 중이다. 종이가 큰 것이
글쓰기 딱 좋아서 브런치에 올릴 글을 3교시 과학 시험
시간에 써본다. 히터가 켜져 있지 않아도 나는 따듯하다. 손에 열을 잔뜩 품어 펜을 잡고 글을 쓰다 보면
내 등이 후끈 달아오른다. 따듯한 내 일상을 담아
글을 써서일까 아님 그냥 옷이 두꺼워 따듯한 걸까
내가 보기에는 둘 다 인 듯하다. 지금 앞에 있는 선생님
눈치 하나 안 보며 쓱쓱 써내려 가는 중이다. 3교시가
끝날 때쯤이면 이종이는 글로 다 채워져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아침을 못 먹어 배고픈데 곧 있으면 점심시간
이여서 배가 점점 고파온다. 장이 비비 꼬아진 것 같이
고파 온다. 중학생으로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아침밥을
안 먹게 된다. 아침밥을 먹고 오는 애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씻고, 학교 가고 하려면 시간이 없다. 알고 보니 그 친구들은 단순히 학교와 집이 가까워 아침밥을
먹을 시간이 족했던 것이다. 나는 에너지가 없어서 손이
서서히 느려진다. 나는 눈이 슬슬 감겨 여기까지 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