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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면서 에스프레소 한잔

이만한 행복이 따로 없죠

by 김정우

학교를 다니면서 온몸이 삐걱이는 이 몸에게

드디어 토요일이 왔다. 이 삐걱이는 뼈를 매끄럽게

해주려 목욕을 한다. 하기 전에 먼저 에스프레소 잔과

믹스커피 하나와 카누 커피 작은 것과 텀블러를

준비한다.


텀블러에 소주잔 반만큼의 뜨거운 물을 넣고

믹스커피와 카누 커피를 넣은 뒤 텀블러를

신나게 흔든다. 그러다 보면 다 섞여서 진한 커피가 나오는데 그것을 에스프레소 잔에 넣으면 조금 모자란다. 그래서 생수를 넣어 양을 맞춘 뒤 욕실로 들어가 커피잔을 놓고 뜨끈한 물을 틀어 온몸을 적신다.

어찌나 개운하던지 몸이 스르르 녹아 배수구 안으로

흘러들어 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작은 순간도

글로 써낼 생각을 하며 씻으니 마냥 신났다.

손에 샴푸를 적당량 뿌리고 머리를 감고서

머리에 거품을 씻겨낸 뒤 커피를 한 입 했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진한 커피 향이 올라와

따듯한 물에 적셔진 몸을 좀 더 포근하게 했다.

욕실에 좀 더 오래 남고 싶지만 목욕을 다 한 뒤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고서 반쯤 남은 커피를

다 들이켰다. 그야말로 천국이었던 것이다.

이 목욕으로도 잠시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이

인생이 그저 나는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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