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지만 따듯한 것.
어느 추운 날이었다. 학교를 가려 교복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롱코트를 입었다. 날씨가 어지간히 추웠는지 손이 나간 지도 5분도 어이 안 돼서 새빨개졌다. 그 추운 날에도 나는 학교에 간다. 그때는 기말고사 두 번째 날이었다. 어찌어찌 시험은 잘 보고 나는 학교에 남아 녹차를 마셨다. 뜨거운 녹차가 담긴 유리잔을 들어 입으로 후후 불니 김이 모락모락 났다. 김이 나는 것이 마치 티백이 온천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티백을 잡고 휘휘 흔들어 우렸다. 아쉽지만 컵 받침은 없어서 시험지를 두 번 접어 유리잔 밑에 놨다. 그렇게 차를 한 반 잔 정도 마셨을 때 흰 먼지 같은 게 차에 톡 하고 덜어지더니 사르르 녹았다. 나는 그렇게 창문을 둘러보니 흰 눈이 하나둘씩 떨어졌다. 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학교가 끝나고 창가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첫눈이라…
내가 진정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이유를 알게 된 것 같다. 자연과 세상 속에서 자주 보지만 잊혀 가는 것이 섞이면 거대한 낭만 덩어리가 생긴다. 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진정하게 노고를 풀어주게 하는 것이 이 자연과 인생 속에서의 여유다. 인생은 그렇다. 인생을 사는 데에 여유가 생기면 하늘을 보게 되고, 나무를 보게 되며, 자연의 조화를 알게 된다. 그래서 인생의 여유를 가진 사람들은 자연과 친한 사람이 된다. 모든 인간은 자연에서 왔고 다시 그 자연을 찾게 되는 것이 자연 속에서의 인생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