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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은방울꽃 05화

광대뼈

by 페니킴

어릴 적부터 툭 튀어나온 광대뼈는 나의 콤플렉스였다. 좀 더 갸름하고 부드러운 얼굴형을 가지고 있다면 좋았을 거라고 늘 생각했다. 매끄럽게 떨어지는 달걀형을 가진 친구들은 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아무리 이목구비가 예쁘더라도 얼굴형이 예쁘지 않으면 못생겨 보이는 것 같았다.

내가 특히 싫어했던 것은 옆모습이었다. 앞에서 볼 때는 잘 몰랐던 광대뼈도 옆에서 볼 때는 도드라져 보였다.

눈 바로 아래에서 시작해 야트막한 산을 오르듯 점점 위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에는 거뭇거뭇 개미 떼 같은 기미들도 만날 수 있다. 정점에 도달하면 제주도 오름을 연상시키듯 봉긋한 곡선을 지나 아래로 다시 내려간다. 얼굴의 하관에 가까워져서야 평평한 평지가 되고 팔자 주름과 만난다.

생각해보면 유전자의 힘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 또한 발달한 광대뼈를 가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흑백사진에서 만난 젊을 적 어머니는 커다란 눈에 명확한 이목구비 덕분인지 내 눈에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 시절 어머니 또한 나처럼 광대뼈가 콤플렉스였을지 짐짓 궁금해진다.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있다. 이 질병을 가진 아이는 귀, 눈, 광대뼈, 턱뼈를 포함하여 머리, 얼굴에 기형을 가지는 특징을 가진다. 광대뼈가 없어 눈이 처지고 귀가 없어 보청기가 필요한 아이에 대한 기사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내가 본 사진 속 아이의 얼굴은 뚜렷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눈을 지지해 주는 광대뼈가 없어 눈 또한 아슬아슬하게 피부 구멍 사이에 걸쳐져 있는 듯 보였다. 코의 모습 또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생후 이십일 차부터 다섯 번의 수술을 견뎌야 했다.

광대뼈는 얼굴의 대부분을 지지하고 있다. 얼굴의 각 부위가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눈을 안정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시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내 눈을 들어 높고 푸른 하늘 속 탐스럽게 뭉쳐진 하얀 구름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내 코가 가로수에서 떨어진 꼬릿한 은행 열매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해준다.

순간 거울을 바라보았다. 자연스레 내 눈은 내 광대뼈로 향한다. 툭 튀어나온 광대뼈가 사랑스럽게 보인다. 눈을 깜빡여 본다. 머리뼈 아래 광대뼈가 튼튼히 지지해주고 있어 내 두 눈이 온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코를 벌름거려 본다. 입을 딱딱 소리나게 벌려 본다. 광대뼈와 아래턱뼈가 연결되어 내 턱이 잘 움직일 수 있다.

콤플렉스였던 내 광대뼈가 전체적인 내 얼굴의 윤곽을 잡아주고 있었다. 내가 내 얼굴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줬던 게 그토록 싫어했던 광대뼈였다니. 얼굴을 한번 쓰다듬어 내 얼굴의 형태를 느껴본다. 그래 나는 이렇게 생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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