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에 큰 성공을 이룬 사람이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 사람의 바뀐 모습으로 인해 사람을 다시 보게 된 경험은 한 번씩 있을 것 같다.
의도치 않게 운이 좋아 큰돈을 버는 경우가 생긴다면 삶에 영향을 줄 것 같은가?
아마 10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던 중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요즘 별일 없지?"
20대 시절 직장생활을 같이 했던 반장님의 목소리였다. 함께 성실하게 일했고, 내가 힘들 땐 위로의 말도 많이 해주셨던 좋은 분이었다. 그래서 전화가 더 반가웠다.
"어디 카센터 자리 괜찮은 곳 없나?"
왜 갑자기 사업을 하시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뜬금없는 질문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성실한 이미지는 있었지만 사업을 할 사람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여유로운 목소리로? 한번 찾아온다는 얘기를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급한 일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며칠 지나지도 않아 바로 내가 일하고 있는 곳으로 반장님이 찾아왔다.
일을 바쁘게 하고 있던 나를 불러 내더니 하는 말이었다.
"사실은 내가 큰돈이 좀 생겼어. 그래서 집 한 채 사고 나머지 돈으로 사업 좀 해보려고"
들어보니 이런 내용이었다.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재건축을 하게 되었는데 누가 큰돈을 주고 자기 집을 사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고생 끝이고 자기는 비싼 집이 필요 없으니 팔고 저렴한 집으로 가고 카센터를 차릴 계획이라고 했다. 물론 일도 그만두었다.
"그러시군요.. 근데 제가 도움드릴 수 있는 건 현재로선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부동산 업자도 아닌데 왜 날 찾아온 건진 모르겠다. 그냥 여기저기 다 이야기하고 싶어 돌아다녔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이때는 잘 몰랐다. 그냥 부러웠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재건축이라는 것도 그땐 정확히 뭐가 뭔지도 몰랐고 왜 비싸게 거래가 되는지 아무것도 모를 때였다.
그 집은 바로 가락시영 아파트였다.
그리고 지금은 헬리오시티라고 부른다.
아마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에 그런 큰돈이 생겼으면 나도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있다고 한다.
돈이 갑자기 많이 불어나도 그 돈을 쥐고 있을 그릇이 안되면 그 돈은 유지할 수가 없다는 비유를 그렇게 하는 것 같다. 반장님은 돈 그릇이 아마 꽉 차서 넘치고 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때 일이 기억이 난 것이다.
보통 하는 일의 노력과 성과는 비례하진 않는다.
성공은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고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먼저 키워야 하는 건 바뀌지 않는 사실이라 생각한다.
돈이 쉬워 보이고 쓰고 싶어 질 때는
내 그릇보다 분수에 넘치도록 소유하고 있을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