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많은 사람이 있다.
말이 많은 사람은 굳이 묻지 않아도 그 사람을 알기 어렵지 않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자산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까지 이야기한다. 과거 화려했던 일들도 다 얘기하고 싶어 하지만 시간이 모질라 아쉬운 표정을 남기며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말이 없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일에서도 자신을 잘 드러내지도 않고 필요한 연락, 필요한 말만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굳이 먼저 상대방에게 쓸데없는 질문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 외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말이 많은 사람이 있다.
누군가를 자꾸 비교대상으로 넣어 자신을 더 나아 보이는 대화로 이끌어간다. 교묘하게 분위기를 조성해 결국 자신의 이야기로 정리한다.
말이 없는 사람이 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묵묵히 들어준다. 어떤 부분이 대화의 요점인지 파악해서 같이 공감한다. 자신의 이야기는 특별히 하지 않는다. 상대가 질문한 부분에 성의 있게 대답하지만 겸손하다.
말이 많은 사람이 있다.
상황이 안 좋아진 게 티가 날 정도로 말이 없어진다. 어느 순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며 자신을 합리화하고 남 탓을 한다.
말이 없는 사람이 있다.
알고 보니 가진 게 많은 사람이더라. 물론 자신의 입에서 나온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행복한 가정, 열심히 일하는 환경, 공부 잘하는 자녀들까지. 당사자의 입에서 들어보지 않았지만 사실임을 아는 사람이 많다.
처음엔 말이 많은 사람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다. 친하게 지내면 같이 대단한 부류가 된다고 착각한다. 시간이 지나도 관계를 유지하려 다리를 살짝 걸치려 한다. 좋은 관계의 사람이 아닌 득과 실로 이루어진 관계만 남는다.
말이 없는 사람은
조용히 단단하게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지나 인간으로서 존경하게 된다.
지금 바로 생각나는
조용히 단단한 사람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