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50년 정도 뒤에 서울은 대단지 아파트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살아요?"
무슨 구 무슨 동에 살아요가 아닌
" 0000 (아파트이름) 살아요""
라고 신분계급을 얘기하듯 말이다.
가난했던 20대 시절 우리 집은 보증금을 계속 깎아 먹으며 월세집을 옮겨 다니는 삶을 살았다.
광명시의 빌라촌. 정확하진 않지만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가 30만 원 정도 했을 것이다.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 삐딱하게 지어진 엘베 없는 4층의 오래된 빌라였다. 수압이 약해 샤워기로 목욕조차도 쉽지 않았던 그런 열약한 환경의 집이었다. 거동이 어려운 할아버지는 누군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외출조차 하기 힘든 그런 집이었다.
그때의 내 소망은 이랬다.
물만 좀 잘 나오고 평지에만 있는 집이면 소원이 없겠네..
하지만 생각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원이 이루어졌다. 임대주택을 신청했는데 당첨이 된 것이었다. 어느 동네인지도 모르고 마냥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용인보다 도 더 멀고 대중교통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출퇴근은 당연히 힘든 위치였다.
새 아파트였지만 방도 1개 거실 1개 여서 아버지랑 할아버지만 거주하실 수 있고 사실상 나는 독립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잘 사는 친한 친구집에 부탁해 비는 방 1개를 얻어 서울에서 출퇴근할 수 있었다. 잠만 자고 나오는 정도의 생활을 했는데 쉬는 날은 오히려 더 곤욕스러웠다. 화장실을 한번 쓰는 것도 너무 눈치 보이고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먹을 땐 가슴이 두근두근 할 정도였다.
그때의 내 소망은 이랬다.
쉬는 날 편하게 집에서 팬티만 입고 선풍기 바람 쐬며 티브이 보면 소원이 없겠네..
시간이 지나 내 소원은 또 이루어졌다.
30살 결혼을 하며 신혼집으로 사무실에서 아주 가까운 30년 된 구축 18평 아파트 전세를 들어가게 되었다.
전세 계약을 하고 하루에 4~5번은 그 집 앞을 왔다 갔다 했다. 매일매일 행복했다. 그 집 앞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신혼집에 들어가 아주 행복한 2년을 살았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단 한 번도 수리를 하지 않은 집이어서 너무 추웠던 집이었다. 아무리 난방을 틀어도 난방비만 많이 나오지 오래된 새시에서 들어오는 찬 바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때의 내 소망은 이랬다.
난방비 걱정 안 하고 따듯한 집에 살아봤으면..
시간이 지나
내 소원은 또 이루어졌다.
하지만..
요즘 시대의 재테크에는 실패했다.
"나 홀로 아파트는 절대 사지 마세요."
재테크 공부 좀 해보려 강의를 들으러 가거나 유튜브, 블로그를 보면 항상 하는 말이다.
잠깐은 내가 정말 뭘 잘못한 건가 라는 생각도 했었다. 어디서부터 문제였는지 하나씩 하나씩 정리를 해보는데..
나란 인간은 정말 이기적이고 욕심이 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거 하나만 해결되면
더 이상 원하지 않을 것처럼 하더니..
하나만 더 이뤄지면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을 것처럼 하더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삶에서 진정 바라는 것은 요즘시대의 재테크가 아니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