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것들
날이 밝다. 가을 햇살은 뜨겁지만, 파란 하늘과 구름을 함께 보면 그 기분은 청량하다. 나이가 40이 되어서 결혼을 하고, 어머니, 아버지가 살아왔던 삶을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들도 참 어렸는데, 어린 나를 보살피던 모습이 애잔하게 느껴진다. 그들도 그들의 삶을 조금 더 누리고 싶었을 건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내가 그만큼 그들에게 행복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어린 시절의 나는 말을 잘 듣지 않는 별난 남자아이였다. 육아 난이도 최상이라고 할까나? 떼 쓰는 것도 심하고, 소리 지르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땅바닥에 주저 앉아 버리는 만행을 매일같이 했던 것 같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기본적으로 자의식이 높고 오만방자한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냐고? 내심의 기질을 억누르려 매일 매일 노력하고 있는 편이다.
내가 가진 여러가지 특성 중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 그것은 '자존감'이 높다는 것이다. 자신감이나 자존심과는 조금은 다를 수 있는 나의 자존은 언제나 뿜뿜이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라도 그랬었다. 그것이 지나치면 누군가에게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기에, 조심해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좋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높은 자존감이 형성된 것은 나의 어릴적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나는 어릴 때 자라면서, 집에서는 크게 꾸중을 듣거나 훈육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잘못한 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오히려 많았었던 듯) 크게 반성을 요구받거나, 체벌을 받지 않았다. 이런 교육 방식은 나를 제멋대로 살게 만들었을지언정, 주눅들게 만들진 않았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충고를 하거나, 훈육을 하는 것에는 익숙치 않다. 학창 시절, 공부하라는 소리를 듣지도 않았고, 취업이나 결혼 등 일반적인 대소사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나의 학업성취도나 취업, 결혼에 대해서 어떤 결론이 지어졌을까?
놀랍게도, 나는 내가 원하는 시점에 죽도록 공부를 하였고, 그 결과 원하는 학업성취를 이루었으며, 취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다. 서두르지 않았으니, 당연했겠지. 그리고 이후에 나는 창업을 하였고, 즐겁게 일하였다. 지금도 마찬가지.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계속 찾아나가면서 살고 있고, 결혼 역시도 일반적인 서로의 조건을 비교하며 만나는 만남이 아닌, 내가 함께 하고픈 반려자를 만나서 함께 하고 있다.
나는 나 스스로 많은 것들을 이룬 사람이라고 거만하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며 정리해보니, 사실 내가 이룬 모든 것들은 부모님과 나의 가족이 나에게 준 사랑 때문이었다. 나는 언제나 사랑받았고, 인정 받았다. 비록 내가 그렇지 못한 순간에도 나를 언제나 믿고 기다려 준 그들 덕분에 나는 정말 멋진 사람이 되었고, 멋지게 살고 있다. 나의 멋짐은 계속해서 내가 서술할테니 기다려 달라.
2024년의 가을은 이렇게 감사한 마음으로 영글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