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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의햇살 Oct 10. 2024

추억

먼저 떠오른 추억

나에게 있어서 첫번째 추억을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무엇을 꺼내야 할까? 1985년생 남자로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지난 여정을 훑어본다. 다양한 일들이 나에게 있었고, 그 중에서 하나를 먼저 꺼내는 게 쉽지는 않지만, 오늘은 '군대'에 들어가던 날을 한번 꺼내 보려 한다. 


남자들이 모이면 하는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그리고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고 하지 않는가? 다행스럽게도 나는 축구를 나이 먹고 최근부터 해서 저렇게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대신, 군대이야기는 많이 하긴 한다. 적어도 나의 와이프에게 만큼은 원없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2008년 6월 2일 월요일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큰 사건은 보통 월요일에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왜일까? 거기에 대한 의문은 잠시 넣어두고, 다시 그날로 돌아가보면, 참 더웠다. 더운 여름 날이었고, 당시 세상은 나름 분주하게 돌아갔던 것 같다. 유로 2008이 열리던 때라서 많은 사람들은 축구 경기에 몰두해있었고, 나는 당시 휴학없이 대학을 다녔기에 거의 졸업에 가까운 학점을 이수한 상태의 대학생이었다. 덤으로, 동아리 생활을 계속 해왔고, 새롭게 만들기까지(?) 했던 터라, 2008년의 새학기는 나름 바쁘게 지내던 편이었던 것 같다. 거기다가 나의 동네 친구들은 이미 군대를 다녀와서 예비역인 상태였기에 내가 군대를 입대하던 날은 많은 친구들, 심지어 후배 한명까지 논산으로 가는 입영 버스 앞에서 나를 배웅해주었던 것 같다. 

그렇게, 친구와 후배, 가족들의 배웅을 받고 입영 버스를 타고 논산으로 가던 나는 무려 혼자가 아니었다. 내 옆에는 아버지도 함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50대 후반의 아버지도 젊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되고 나서 크게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나와 아버지는 그날도 머쓱하고 서먹했었다. 나는 나대로, 앞으로 펼쳐질 군대에서의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아버지는 다큰 성인이지만 아들인 내가 군대에 가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는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많은 생각이 드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아버지와 처음으로 함께 갔던 버스 여행은 논산으로의 편도행이었고, 논산에 도착해서는 모두가 가는 코스 같은 갈비탕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입소를 하였다. 대기 하는 자리에서 나와 아버지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고, 어깨를 주물러 달라는 그의 말에 어깨를 주물러 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조금 뭉클하였는데, 어렸을때는 크게만 느껴졌던 그의 어깨가 생각보다 많이 작았고, 연약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를 두고 연병장으로 걸어가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나는 그를 한번 안아주고 걸어갔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입소날의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그러더라. 남자가 살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일 중의 하나가 '입대'라고, 물론 나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긴 하였으나, 카투사라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면 부담보다는 책임을 더 느꼈던 기간이었다. 군대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여기까지 써보겠다. 


 벌써 입대한지도 16년이 지났다. 군대를 24이라는 조금은 늦은 나이에 갔음에도 이만큼의 시간이 흐른 걸 보면 나도 나이를 적지 않게 먹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도 젊고, 순수하고, 꿈꾸는 소년이고픈데, 조금은 아쉽긴 하지만, 사실 나는 지금의 내가 제일 마음에 든다. 30대부터는 매년이 새로웠고, 나이를 한 살 먹어가는 것이 계속 좋은 것 같다. 지금도 그렇고. 나는 40에 브런치 인턴 작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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