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말
여행이라는 단어는 사실 나에게는 낯선 단어였다. 보통 성인이 되어 떠나기 시작하는 '여행'에서 나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여행'이라는 단어를 집을 떠나 타지에서 머무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그럴 것 같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내 삶 속에서 내 일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한적이 없었다. 가족, 친구들, 그리고 내가 속해 있는 조직들 속에서 굳이 떠나야 할 이유를 못찾았기도 하다. 그리고 다양한 직업 생활을 통해서 지루하고 무료한 삶과는 거리가 먼 도전적인 삶을 계속 살아왔기 때문에, 바쁘기도 하였다.
작년부터, 내 삶의 스케치가 조금씩 바뀌어 갔다. 해외여행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았던 내 삶에서, 유럽의 주요 국가라고 불리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경험하게 되었고, 올해 여름에는 스페인 남부를 열흘 정도 다녀오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오던 나라는 사람이 시간을 내어서 타국의 땅을 밟고 그 나라 사람들을 구경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 나에게는 나름의 의미 있는 일이었다.
올 해 여름 들렸던 스페인에서 나는 참으로 많이 걷고 뛰었더랬다. 왜 비싼 돈주고 비행기 타고 가서 걷고 뛰냐고 물을 수 있겠다. 그냥 뛰고 싶었다. 차로 지나가면 빠르게 지나갈, 어느 장소도 걷고 뛰다보면 조금은 더 느린 호흡으로 그곳을 머무를 수 있다. 그것이 매력이지 않았나 싶다. 한국에 돌아온 나는 여전히 많이 뛰려고 한다. 매일 같은 곳을 뛰는 날이 더 많지만, 조금은 더 다른 곳도 여행다녀 보고, 뛰어보고 느껴보고 싶다.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들을 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것에 집중해보려 한다. 오늘 하루가 단단하고 충실하면 잠을 잘 잘수 있다. 그 뿐이다. 오늘 내가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사람과 만나고, 좋은 말을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하루라고 생각한다.
삶은 여행이라고 하지 않았나? 내가 좋아하던 곡인 이상은의 노랫말의 일부인 듯하다. 우리 함께 여행다니는 사람들, 나의 동지들이여. 우리 함께 즐겁게 여행 다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