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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의햇살 Oct 18. 2024

#2 신해철에 대하여

두번째 이야기-그가 남긴 것들

어제 저녁이었다. 나는 아내의 부름에 tv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신해철의 아이들이 나오는 인터뷰식의 예능이었다. 벌써 10년이 지나었나. 나는 아직도 어리고 성숙과는 거리가 먼데, 10년간 열심히 일도 하였고 원하는 곳에 취업도 하였고, 그토록 바래오던 일들을 해오면서 살아왔다. 10년전 이맘때는 나는 참 추웠던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미래가 너무 두려웠고, 그해 봄에 있었던 일은 나를 흔들어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그 시절 나의 하늘은 회색이었다. 그 해 봄에 있었던 사건이 계속해서 머리를 누르고 심장을 조여서 그랬는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어 살아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단 한번도 관심갖지 않았던 음악가였던 신해철의 죽음을 마주했다. 그리고 뒤늦게 그에 대해 알아갔다.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왜 내가 그를 몰랐을까? 한창 감수성이 절정에 치달을 20대에 나는 그를 만났어야 했다. 그리고 조금 더 힘을 빼고 살아야 했다. 


그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가 남긴 음악은 솔로시절, 넥스트 시절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나에게 힘을 주는 음악은 'hope', 'growing up'과 같은 넥스트 시절의 그룹사운드 빵빵한 음악들이었다. 듣기 좋았다. 그의 음악은 슬프지만, 힘이 있었고 언제나 가삿말 속에는 희망과 그의 삶의 철학이 녹아 있었다. 


어제 그의 딸인 신하연 양이, 지금 아버지가 살아있었으면 어떤 말을 해줬을지에 대해 답을 하였다. 그녀가 말하길 "천천히 쉬엄쉬엄 해. 괜찮아" 라는 말을 해주었을 것 같다고. 나는 그 부분에서 울컥 눈물이 났다. 

우리에게 저런 말을 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을까? 그가 떠난 이후, 우리에게 저런 메세지를 주는 인물은 있을까? 참으로 아쉬웠다. 그의 목소리로 밤을 새고, 그의 음악으로 힘을 얻던 우리들은 그를 잃고 남은 삶을 살아오면서 그가 우리에게 건넸던 위로들로 아직도 살아가고 있다. 


삶은 이미 태어난 그 자체로 우리의 목적을 다하였고, 그 이후의 몫은 즐기기 위한 보너스 게임이라는 것, 그가 생전 마지막 강연에서 우리에게 전한 말이다. 그의 말은 언제나 힘이 있고, 마냥 듣기 좋은 감언이 아니었다. 그의 조언은 언제나 청년에 집중되어 있었고, 약자의 데시벨 낮은 목소리에도 한번 더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어른이었다. 그가 음악적 성취를 위해 걸어온 길은 전선에서 후방에 아군을 둔 채 선봉이 되는 지휘관의 용기 있는 뜀박질이었고, 그가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생길때 마다 보여온 태도는 포퓰리즘이 아니라 휴머니즘에 입각한 그만의 소신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의 음악적 성취와 깊이가 그의 사회적 활동에 의해서 평가절하된 부분이 참으로 아쉽다. 그는 대단한 뮤지션이었으며, 좋은 라디오 엠씨였으며, 우리에게 언제나 힘을 주던 선배였다. 오늘은 해철이 형이 참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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