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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현 Oct 04. 2024

현장 목소리를 들으며 느낀 '우리사회의 문제점'

입사 후 기자에게 있어 가장 기본인 보도자료 작성부터 현장 르포 기사, 종합 발제 기사까지 2년여 동안 3000건 이상의 기사를 작성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를 꼽자면 이태원 참사 취재 기사를 들 수 있다.


  

2022년 10월 29일 저녁. 당시 나는 카페에서 신문 기사 필사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고 있었다.


길가 편의점에선 핼러윈데이를 맞아 호박 사탕과 기념품들을 야외 가판대에서 판매하고 있었고 분장을 한 젊은 남녀커플 몇몇이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핼러윈데이는 젊은 세대가 밤늦게까지 즐기는 일종의 축제로 인식됐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주인공 박새로이가 핼러윈데이 이태원 거리에서 첫사랑 오수아를 운명적으로 만나는 장면은 젊은 세대가 꿈꾸는 ‘운명의 만남’으로 인식됐다.


나도 ‘이태원 거리에 한 번 가 볼까’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주말까지 이어진 공부로 피곤한 눈을 더는 달랠 수 없어 집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고 침대에서 눈을 붙이고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새벽 1시경 소변을 보기 위해 잠에서 깬 나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던 중 믿을 수 없는 속보 기사를 보게 됐다.


‘이태원 거리서 압사사고 발생. 최소 90명 이상 사망’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재난·참사로 90명 이상 죽는, 극심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지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중앙행정기관도 총출동하는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된다.


당시 나는 정치사회부가 아닌 생활경제부 기자였지만 보통 사태가 아니라고 판단해 급히 옷을 입고 용산 이태원 거리로 향했다. 내가 도로변에 나온 시간이 새벽 1시 30분 경이라 버스와 지하철은 이미 다 끊겨 있었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용산 이태원거리 근방에 도착한 나는 사건이 발생한 해밀톤호텔 거리를 향해 미친 듯이 뛰어갔다.


해밀톤호텔 거리 인근에는 이미 국내외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모여 있었고 현장 구조활동을 지휘했던 최성범 당시 용산소방서장은 구조자 수와 사망·부상자 수를 발표하기 위한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취재·질문을 했던 3차 브리핑 당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발표한 사망자 수는 146명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길래, 얼마나 안전질서가 지켜지지 않았길래 이 많은 사람들이 한 골목 안에서 압사로 죽음을 당했나. 이태원 거리 바닥에 앉아 기사를 쓰면서도 이 믿기지 않는 현실이 발생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만일 공권력을 가진, 사회질서를 통제·유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참혹하게 무너진 이태원 거리 안전 질서를 조금이라도 회복시켰다면 159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을까. 안전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견제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길가에서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재난이 발생했을까.


기자로 재직한 2년여 동안 이태원 참사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사례는 현장에서 무수히 볼 수 있었다.


특정 이념과 정치적 이익에 매몰돼 예산 낭비가 불보듯 뻔한 국가인프라 건립안을 줄기차게 밀고 나가는 정치인, 지자치단체와의 제대로 된 소통 없이 업장이 철거돼 길가로 내몰린 시장 상인들까지 무수히 많은 현장에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있었다.


견제와 균형은 사회 공동체가 올바르게 운영되기 위한 핵심 요소다. 인간 몸의 필수요소인 피도 과하면 뇌일혈을 일으키듯 인간이 사회를 운영·유지하기 위해선 적정선을 유지하는 견제와 균형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 사회에서 견제와 균형이 지켜져 안정되고 올바른 공동체가 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방안은 이 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의 중요성을 사회에 알리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어느 곳에서 견제와 균형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진지하게 가졌으면 한다.


절대 우리 사회가 과유불급(過猶不及)·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않는 시간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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