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 외할머니 장례식을 마치고 혼자 남대문 시장과 명동을 돌아봤다. 울적한 기분을 달래는 목적이 컸다.
서울역서 걸어 나와 숭례문으로 향하던 중 금융권 출입 당시 자주 이용했던 샐러드 가게로 향했다.
가격은 꽤 비싼 편이었지만 매일 들어오는 식재료로 만든 신선한 샐러드와 속에 부담이 덜한 커피가 마음에 들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을 출입할 때 아침, 점심시간에 자주 들렀다.
저녁 시간대라 아직 운영할 줄 알고 갔던 곳엔 내부가 텅텅 빈 매장과 간판이 다 떨어진 가게만 있을 뿐 바쁜 일상 속 여유를 가져다 준 샐러드 가게는 온데간데 없었다.
최근 부쩍 폐업한 가게들을 많이 보는 것 같다. 내가 그런 사회 현상에 유독 관심이 많은 것일 수도 있지만 폐업한 곳들을 보면 울적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내가 몰랐던 가게가 폐업해도 마음이 아프지만 예전부터 애용하고 사장님과 말도 트며 '아들같다'는 말을 들으며 서비스와 웃음, 일상 속 위로를 받은 가게가 폐업한 걸 보면 형용할 수 없는 울적하면서 아픈 마음이 한동안 떠나질 못한다.
오늘도 폐업한 지하철 편의점을 봤다. 문토 모임을 하러 가던 중 가산디지털단지역서 운영되다 영업을 종료한 지하철 편의점을 보게 됐다.
대학생 시절 가산동 방문할 일이 있으면 한번씩 방문했던 곳엔 무심한 척 손님을 맞으면서도 툭툭 '비올것 같은데 비 맞지 말고 가고'라며 따뜻한 말을 건넨 장년 사장님이 계셨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사회를 보다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어떤 상황서든 이익을 좇고 돈이 되지 않는 건 과감히 포기하는 냉정함이 주되지만 유독 그 냉정함이 예외였음 하는 게 하나 있다. 자영업과 소상공인이다.
우리가 일상 속 무심코 이용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팔아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영업과 소상공인은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말 중요한 경제 구성원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70만 여명에 달한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2~3인 가정을 꾸리는 가장이라면 자영업이 우리나라 국민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최소 1200만 명이 넘는 것이다.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이란 절벽에 부딪혀 파산하면 좋아하는 건 덩치 큰 중견, 대기업이다. 자영업과 소상공인이 놓친 고객 수요를 끌어들여 더 몸집을 불리고 독과점을 가속화한다.
자본주의 경제라 어쩔 수 없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소수 거대 기업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고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가 갑이 되는 '주객전도'가 발생한다.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제 값보다 훨씬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 구매해야 한단 것이다.
너무 비싼 걸 알지만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사는 수요가 계속 발생하고 거대 기업들은 더 몸집을 불리고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값은 올리되 물건, 서비스 품질과 경쟁력 향상엔 투자를 게을리 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결국 국가 경쟁력 손실과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국가 경제가 침체되는 '대공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 속 가까우면서 편하게 접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접근하면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일상 속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던 가게가 폐업하면 '저기에 뭐가 있었나'는 눈빛으로 지나간다. 내 먹고 살기도 바쁜데 저걸 왜 신경쓰냐는 눈빛이다.
뭐라 할 순 없지만 그냥 울적한 마음만 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