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9월 네 번째 토요일
할로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근처 카페에 왔다. 언제나 그렇듯이 1500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입구 근처의 구석에 앉는다. 가방 속 태블릿과 휴대용 키보드를 주섬주섬 꺼내고 자세를 잡는다. 오늘 나는 매우 바쁘다.
이제 할로 학원이 끝나는 시간까지 꼼짝 않고 앉아서 글을 써야 한다. 이쯤 되면 본업이 무엇인가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나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도 아니고, 출간을 한 저자도 아니다. 운 좋게 원고청탁을 받아 돈을 벌어 본 적은 있지만 그건 정말 ‘행운’이었을 뿐, 그게 글로 돈을 번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저 취미로, 재미로 쓰기 시작한 글쓰기가 이제는 내 삶에서 꽤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조금 시들해질 때마다 다시 불을 붙여주는 동료 브런치작가님들과 나를 울리고 웃게 하는 많은 책들이 글쓰기를 놓치지 않게 도와주었다.
이번 주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었는데, 이 부분이 나의 마음을 일으켜주었다.
생각한 것을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문장을 지어 나가면서 사물을 생각한다.
쓴다고 하는 작업을 통해서 사고를 형성해 간다.
다시 고쳐 씀으로써 사색을 깊게 해 나간다.
그러나 아무리 문장을 늘어놓아도 결론이 나오지 않고,
아무리 고쳐 써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는 경우도 물론 있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물론 나는 하루키 같은 대가는 아니지만 나 역시 그런 이유로 글쓰기를 이어 나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생각하고 싶어서. 쓰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하여튼 모든 것이 나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쩌자고 그랬을까.
금요일 발행되는 <여자의 속 이야기>, 토요일 발행되는 <엄마의 토요일>, 일요일 발행되는 <찹쌀떡 아기>, 월요일 발행되는 <내 가방에 내가 없다>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연속으로 발행되는 4편의 브런치북을 꾸리고 있다. 애초에 브런치북을 만들 때에도 철저한 구상이나 계획이 있던 게 아니어서 매주 닥치는 대로 쓰고 있다. 쓰고 쓰고 또 쓰고.
<엄마의 토요일>은 할로가 학원에 간 두 시간 동안 나에게 일어난 소소한 사건과 별 것 아닌 생각들을 고백하는 거라 주제가 다양하면서도 쓰기가 어렵고 그만큼 나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퇴고를 한다. 하지만 오늘은 생각이고 뭐고, 일단 써야 한다.
마감일을 지키고 싶다. 그건 나 자신과의 약속이니까. 그리고 실제로 그런 감사한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내 글을 기다린다거나, 내 글을 반가워한다거나, 내 글을 재밌어해 주시는 분이 단 한분이라도 계시다면 그분들을 위해서 기꺼이 오늘 이 두 시간의 자유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자, 엄마의 9월 마지막 토요일은 이렇게 흘러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