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4계절은 맞지만 깜찍하여 아쉬운 봄과 가을은 그래서 눈 깜짝할 새 지나치나니.
올 늦더위와 함께 큰 일교차로 붉고 고운 단풍이 기다려 진다.
지엽적으로 드문드문 단풍이 든 곳도 더러 있어 벌써부터 바삭이가 된 낙엽.
가을의 대표 단풍인 노오란 은행이 가로수로서 정말 멋스러웠는데, 나와 더불어 그네들의 수령도 높아만 가고 그래서 그 열매인 은행이 많이 열리지만 특유의 고약한 냄새로 인해 천덕꾸러기가 되어 안타까움이 짙다.
아마도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것은 물론 피부로 와 닿는 온도차이지만, 붙박이 나무들의 변화무쌍함도 공로인듯 하다. 4계절의 순서를 봄부터 시작하니, 봄이 되면 움트려고 튀어나오는 새순과 연하디 연한 연두잎의 싱그러움이 있고, 여름이면 무성한 잎새로 덮인 가지가 조금은 무거운 듯 하나 풍성함이 있다. 가을이며 알록달록 현란한 컬러감이 남다르고 겨울의 앙상함은 한 해의 마무리와 함께 새 봄을 맞이하고픈 기대를 품게 한다.
바삭이라 불렀던 낙엽에 대해 프랑스의 시인 구르몽이 100년도 훨씬 전에 노래한 구절이 떠오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인이 걸었던 숲과 오솔길은 아니지만 도심의 보도블럭 위.
무심한 척, 그러나
낙엽을 밟기 위해 굳이 보폭을 맞추며
한 무리의 낙엽들을 애써 밟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