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나무도 비옥한 땅이 없으면 자라기 힘든 법이죠.
학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절실히 느낀 점 중 하나가, 바로 ‘시스템’이라는 것이 단순한 관리 도구를 넘어 학원의 뿌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모든 것을 제 손으로 관리하려 했습니다. 학생 상담부터 교사 채용, 학부모와의 소통까지. 그때는 그게 성실함이고, 학원을 직접 운영하는 원장으로서의 기본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갈수록 느껴지는 건, 학원이 점점 커지면서 혼자서 모든 것을 챙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수를 줄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결국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답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죠.
저도 압니다. 눈에 다 보이고, 직접 뛰어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저것보다는 더 나은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에잇’하고 직접 뛰어들도 여러 번 했죠. 그러나 이리저리 뛰고 구르며 느낀 점은 혼자 모든 것을 다 직접 하는 것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할 수 없죠. 이렇게 말씀드릴게요. 원장님은 ‘원장님’의 역할을 하셔야 합니다. 교사는 ‘교사’의 역할을 하고 실장님은 ‘실장’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학원은 비로소 학원답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란 결국, 학원을 한 사람 ‘원장’에게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만드는 체계입니다. 학원의 모든 구성원이 일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 이것이 시스템의 본질이죠.
학원에 굳이 시스템이 왜 필요하죠?
운영 시스템은 학원 운영의 뼈대를 잡아줍니다. 학원이라는 공간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공간입니다. 원장, 교사, 실장, 학생, 학부모가 학원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죠. 이 모든 구성원이 제각각의 방식으로 움직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교사마다 상담 방식이 다르고, 학생 관리 방식이 제각각이라면 학부모님들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혼란과 무질서를 보여주는 학원을 학부모가 믿고 자녀를 보낼 수 있을까요? 학원의 신뢰도와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시스템은 필수적입니다.
저는 이런 운영 시스템이 학원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이 없는 학원은 원장의 손이 닿는 곳까지만 안정적일 뿐입니다. 그러나 시스템이 잘 갖춰진 학원은 원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다 해도, 학원이 흔들리지 않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단순히 원장에게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즉, 학원과 관련된 모두에게 일관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게 되죠. 한번 상상해 보세요. 정부 지침이 바뀌었을 때 우왕좌왕 흔들리는 학원과 바로 안착하여 실행되는 학원을요. 학생과 학부모라면 어느 학원을 선택할까요?
원칙의 힘
시스템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학원의 규칙과 절차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입니다. 경험상, ‘명확한 기준과 절차가 없는 운영’은 처음에는 괜찮아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문제가 발생합니다. 작은 틈으로 보였던 것이 시간이 흐르며 큰 구멍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학원 운영의 기준과 절차가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생깁니다.
제가 운영하는 학원은 동네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학원의 철학도 중요하지만 학부모님들과 학생의 학업적 요구를 반영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동네가 작을수록 입소문은 빠르고 생겨버린 인상은 바뀌기 어려우니까요. 따라서 '즐겁게 배우는 공부'라는 학원 철학은 있지만, 맞출 수 있다면 가능한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적 요구와 요청을 맞추는 것이 하나의 원칙이죠. 원칙에 예외는 있을 수 있으나, 원칙은 항상 원칙으로 존재합니다. 이것이 교사들과 실장님 그리고 원장님들의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돕고 있습니다. 의사결정 자리에 제가 없지만, 없어도 있는 것처럼 판단하고 결정 내릴 수 있죠. 기준이 있으니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일관성이 생기게 되죠.
일관된 소통
시스템은 교사와의 소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교사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수업하고, 상담하고, 학부모님과 대화한다면 학원의 방향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마다 강의 스타일이 다를 수는 있지만, 학원이 지향하는 교육 방향은 단 하나여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교사들이 학원의 운영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실행할 수 있도록 주간 교사 회의를 마련했습니다.
주간 교사 회의를 통해 학생의 상태를 공유하고, 교사들의 업무 상태를 점검하고, 학원의 교육 목표와 일관된 방향을 유지하는지 확인합니다. 이 회의에서 학원의 기준과 운영 원칙을 함께 공유하면서, 교사들이 같은 방향으로 학생을 지도하고, 부족한 부분은 함께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을 구성했습니다. 이런 학원의 노력은 결국, 학부모님들에게도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학원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언제나 ‘예측 가능한 서비스’를 원합니다. 예측 가능하다는 것은 곧 신뢰를 의미하고, 신뢰는 일관된 모습 속에서 자라니까요. 시스템이 잘 갖춰진 학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어떤 교사와 상담을 하더라도 동일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응대받게 됩니다. 물론 자세한 내용과 응대 방식과 소통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는 교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 있는 메시지가 일관되었다는 것이죠. 학부모님들은 학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정기상담 시스템을 통해 예측 가능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모든 교사가 학생의 학업 상태와 성과, 발전 가능성, 개선점 등을 기록하고, 그것을 학부모님께 매 1회 유선 상담을 통해 전달하죠. 이를 통해 학부모님은 학생의 학습 현황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가정과 교육을 연계하여 자녀를 지도할 수 있죠. 자녀를 지도하는 선생님과 매월 한 번씩 직접 소통하게 되니 그 관계 속에는 낯섦보다 친숙함이 크게 자리하게 되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상담을 통해 개선 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리게 됩니다.
시스템을 근간으로 성장하기.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스템이 학원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초기에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학원의 관리 측면에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자, 학원의 성장이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해졌음을 확인했습니다. 선생님들도 학원 운영의 체계 속에서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고, 결국 이 안정감은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았죠.
시스템은 학원을 성장시키는 토양과도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나무도 비옥한 땅이 없으면 자라기 힘든 법이죠. 학원이라는 나무가 튼튼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자라기 위해서, 시스템이라는 토양을 갖추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운영 시스템을 통해, 학원의 일관성과 신뢰를 지키고, 더 나아가 안정적인 성장과 확장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이 책을 읽는 원장님들도 학원 운영에 있어 시스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나 혼자 다 하는 운영이 아닌,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 그것이 진정한 학원 운영의 시작이자 성공의 첫술 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