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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1 (Terminal 1)

미스터리 단편 소설

by 션우 Mar 17. 2025


보지 못한 것을 믿을 수 있는가?




1. 아일린그녀가 본 것



“터미널 1은 폐쇄된 지 오래요.”


아일린은 핸드백을 뒤지던 손을 멈췄다. 택시 기사는 핸들을 오른쪽으로 부드럽게 꺾고, 백미러를 흘끗 쳐다봤다.


“멀리서 온 거요?”


“예, 쿠바요.”


그녀는 다시 게이트 번호를 써놓은 쪽지를 찾기 시작했다. 탑승 수속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쿠바, 쿠바라…. 기사는 곰곰이 생각하듯 핸들을 검지로 톡톡 쳤다. 아일린에게는 신경에 거슬리는 일일 뿐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해변에 들렀다 오는 게 아니었다.


“그곳을 대신할 다른 곳이 있나요?”


그녀는 가방을 들여다보는 것을 포기했다. 어둠을 묶어놓은 보따리 같은 내부를 들여본다고 뭐가 보이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아예 가방을 구석으로 밀어 넣고 손으로만 뒤적이기 시작했다.


“수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요.”


이건 수첩, 아니야, 지갑. 그녀는 택시 기사를 흘끔 쳐다봤다. 그리고 드디어 잡힌 종이의 감촉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때론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이오. 그 일이 있고 터미널 1을 폐쇄하는 대신 새로운 터미널을 만들었지. 빙 돌아가긴 하지만 멀진 않소. 아가씨가 꽤 오래된 정보를 안내받았나 보오. 새 터미널이 생긴 지는 이미 3년이 넘었거든."


아일린은 잔뜩 구겨진 쪽지를 펴고 내용을 확인했다. 터미널 1, 게이트 8, 카운터 K. 아무리 봐도 쪽지에 적힌 건 터미널 1이었다.


“작은 여행사라 그런... 아니, 제가 잘못 적었을 수도요.”


그러게 어디 간판이라도 떨어진 거 아닌지 확인했어야지. 기사가 껄껄 웃었다. 시간이 없었다. 아일린은 최악의 경우 다음 비행기를 알아보려고 핸드폰을 꺼내려 했다.


“걱정 마시오. 새 터미널은 이름만 다를 뿐 터미널 1을 그대로 옮겼소. 해외 여행사에서 종종 실수를 범하곤 하지. 아마 명칭이 달라진 걸 수정하지 않았을 뿐, 아가씨가 가야 할 터미널은 여기가 분명할 거요.”


앞 유리창으로 공항에 근접했음을 알리는 커다란 안내판이 보였다. 그들은 이제 막 ‘터미널 S’의 인접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터미널 S 아래 몇 자가 더 적혀있었다.


세이프 존(Safe Zone).


기사의 호언장담 덕분인지, 세이프 존이라는 뜻이 주는 안정감 때문인지 그녀는 일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그제야 정신없이 흘려보냈던 기사의 말이 물밀듯이 의문을 자극했다.


“터미널 1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택시 기사는 입술을 달싹이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금방 알게 될 거요.”


그의 표정은 꼭 생일 선물을 건넨 후 포장 풀기를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뉴스도 탔는데. 하긴, 시골에 사는 친구 녀석도 일 년이 지나서야 알았으니 모를 수도 있겠군. 아가씨가 뉴스가 잘 터지지 않는 외진 곳에 살고 있을 수도 있지. 아니면, 요즘엔 하도 이상한 일들이 많으니 기억 속에서 금방 잊힌 거야. 아니야, 그래도… 그럴 순 없어.


그는 혼잣말하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거나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기대하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일린은 기사의 말을 듣고, 과거에 제가 들었던 쇼킹한 뉴스가 없었는지 떠올렸다. 기름칠이 덜 된 서랍을 여는 것처럼 고운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의 말대로 아일린은 전파도 잘 터지지 않는 깡촌에 살았으며, 입이 벌어지는 뉴스는커녕 일생 중 가장 놀라웠던 일이 키우던 고양이가 노란 물감을 먹은 사건뿐인 여자였다.


그녀는 등받이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봤다.


졸음운전은 사망.


홀로그램으로 된 빨간 글자가 눈앞으로 튀어나올 듯 껌뻑였다.


“그러고 보니, 그 남자도 쿠바 사람이었지….”


기사가 무언가를 떠올리듯 중얼거렸다. 아일린은 왠지 모르게 점점 몸이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서서히 냉기가 오르는 팔을 문질렀다. 에어컨은 꺼진 지 오래였다. 그녀를 백미러로 흘끔 본 기사가 툭 내뱉었다.


“여긴 원래 그렇소.”


자동차가 속도를 높였다. 달팽이 껍데기처럼 구부러진 길을 지날 때마다 아일린의 몸이 차체에 부딪혔다. 기사는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몰두한 사람처럼 한 곳만을 응시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밀도 높은 얇은 비가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을 때 그가 속도를 줄였다.


세이프 존 표지판이 세워진 도로는 왼쪽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조금 멀리 터미널 S로 짐작되는 건물이 보였다. 그는 그곳으로 들어서기 전 반대편으로 고갯짓했다.


“3년 전부터 늘 같은 자리에 있소. 저것 말이오.”


아일린은 오른쪽 길을 막아둔 높은 장벽 너머를 보았다.


“우리 도로 위 떠돌이들은 아주 익숙하지. 저 붉은 뇌우가 말이오.”


피가 퍼진 바다처럼 붉은 하늘이 우박을 동반한 벼락을 내리치고 있었다. 새하얀 빛이 시야를 삼켜버릴 듯 끊임없이 번쩍였다. 그곳, 폐쇄된 터미널 1에 근접한 도로 위, 오로지 그곳에서만.





2. 브랜든그가 본 것



브랜든은 도로 위를 달리는 게 자신 뿐일 거라고 확신했다. 적어도 평방 5킬로미터 안에서는.


“애니, 이따 전화할게. 길을 잘못 든 거 같아.”


졸음운전은 사망.


벌써 몇 번은 본 것 같은 홀로그램 표지판을 또 지나쳤다. 졸음운전은커녕 오히려 과하게 각성되어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아까부터 묘하게 달라진 기류가 그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분명 여기가 맞는데.”


그는 먹구름이 들어차 컴컴한 낮의 한가운데서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해변 근처에 술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번화가)에 다다랐다고 했지만, 도로 양옆으론 해변은 고사하고 푸르지 않은 나무들만 삐그덕거리고 있었다.


망할. 그는 지지직거리는 내비게이션을 주먹으로 쳤다. 단단히 길을 잘못 들었는지 앞 유리와 사이드미러로 낯선 도로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자신이 꼭 수평선 한가운데의 오점이 된 것 같았다.


가던 길을 계속 가거나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브랜든은 낡은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새로운 곳을 개척하려는 꼬마 스카우트처럼 콧노래를 부르던 제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다. 그는 일단 뭔가가 보일 때까지 앞으로 가는 것을 택했다. 대신 속도를 높였다. 오류 문구를 띄웠던 내비게이션도 덩달아 급해져 다시 경로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오 분쯤 지났을 때, 그는 방금 지나친 표지판에 눈을 의심하다가 핸들을 쾅 내리쳤다. 도로 한가운데서 클랙슨 소리가 빵 울렸다.


“젠장, 공항이라고? 말도 안 돼.”


공항의 터미널 1 입구까지 3킬로미터가 남았다는 표시였다. 그가 가야 할 곳과 정반대 방향이었다. 그는 코앞까지 온 매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시계를 보았다. 이건, 도저히…. 여전히 도로에는 그를 제외한 누구도 없었다. 그는 차를 오른편 가장자리에 세우고, 옆 좌석에 널브러져 있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앞 유리에 펼쳐진 절망의 길과 놀리듯 서 있는 ‘터미널 1 입구’ 표지판이 잘 나오도록 사진을 찍었다.


“친구들아 미안하다. 이건 도저히…”


그는 사진을 첨부해 친구들이 있는 채팅방에 메시지를 전송했다. 체념한 몸이 등받이에 주르륵 미끄러졌다.


그가 야유 가득한 친구들의 메시지를 보며 눈가를 문지르고 있을 때, 어디선가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앞쪽이었다. 야외 콘서트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을 수 있는 울림 같기도 했다. 아주 미미한 울림.


“저게 뭐지?”


그리고 멀리서 간헐적으로 빛이 번쩍였다. 거리가 있어 정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정말로 근처에서 공연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면, 판촉을 위한 대형 구조물 정도는 될 것이다.


빛이 번쩍일 때마다 그의 추측이 늘어갔다. 늘 그렇듯 추측은 진실 없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추측의 궁극적인 목표는 진실에 도달하는 것 아닌가? 브랜든은 시계를 쳐다보았다.


“뭐, 근처인 것 같으니.”


그는 어깨를 으쓱이고 다시 시동을 걸었다.


언젠가부터 비가 내렸다. 먼 곳에서 들렸던 울림은 빗소리에 묻혀 주의를 주어야 겨우 들리는 정도였다. 비는 곧 우박이 되어, 차창을 내리쳤다. 이제는 그 이질적인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 애써 외면하고 있던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곳에 온 게 잘못이다. 상황이 나빴다. 주변의 냉기에 이가 딱딱 부딪히는 지경이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건 그의 자의와 미지의 타의가 타협한 결과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빨간 염료 푼 물을 끼얹은 듯 그의 얼굴에 연홍색 빛이 쏟아졌다. 터미널 1 도착까지 1킬로미터가 남은 지점이었다. 바닷속을 떠돌다 수천 년 전 침몰한 선박을 마주한 것처럼 목이 턱 막혔다.


“이게….”


그는 액셀을 밟던 발을 떼었다. 땀이 가득한 손이 핸들에서 쭉 미끄러졌다. 멈춰야 했다. 그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러나 집어삼켜지듯 붉은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3. 브랜든그가 '진정으로' 본 것



“이 사람인가?”


남자는 찻잔을 내려놓는 비서에게 물었다.


“네.”


비서는 대답 후 브랜든의 앞에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잔을 내려놨다.


브랜든은 어쩌다가 이곳까지 오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전화로 제보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정석적인 방식대로라면 전화로 그곳의 위치를 알려준 다음, 왔던 길을 돌아가 친구들과 자신이 겪은 일을 안줏거리 삼아 술잔을 기울이다 비자가 만료되기 전 쿠바로 돌아가면 됐다. 물론 그가 경험한 일이 정상의 궤도를 한참 벗어나긴 했다지만, 이런 자리까지 불려 올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헨리 쿠퍼입니다. 국가 정보를 관리하고 있죠.”


코앞으로 내밀어진 남자의 손에 브랜든이 어정쩡하게 손을 맞잡았다. 헨리의 악수는 딱, 딱 기계 소리를 낼 것 같았다. 브랜든은 헨리의 양옆으로 앉아 있는 다른 세 명과도 눈인사했다. 여간 불편한 자리가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 물으려던 브랜든이 입이 헨리의 목소리에 합 다물렸다.


“전해 들은 바로는 그곳에 갔다고요. 터미널 1에.”


“네, 무슨 문제라도….”


브랜든은 그곳에 간 것이 국가적 차원의 물의를 일으킨 건지 현행법을 위반한 건지 생각했다. 하지만 자국의 법도 다 모르는 판에 외국의 법까지 꿰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만일 그게 문제였다고 한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저 내비게이션이 고장 나서 길을 잃었을 뿐이다. 게다가 길 어디에도 출입 금지 표시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추궁한다면?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알고리즘처럼 연결되어 떠다녔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의문들은 서로 꼬이고 뭉쳐 그의 뇌만 엉망으로 옥죄였다. 브랜든이 온갖 최악의 질문과 대답을 상상하는 사이 헨리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아뇨, 문제는 없습니다. 어디 이상은 없으십니까?”


“예?”


헨리가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눈이라던가 다른 곳이라도요.”


브랜든은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가끔 피곤할 때 조금 뻑뻑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았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없습니다.”


브랜든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여성이 차트에 무언가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헨리의 귓가에 짧게 속삭이고 고개를 저었다. 헨리는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가 금방 사람 좋은 얼굴로 돌아왔다. 붉은 기가 도는 풍채 좋은 남자의 얼굴은 꼭 무성영화에 나올 법했다. 남자는 깍지를 끼고 브랜든 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였다.


“우선 들어보죠. 그곳에서 뭘 봤습니까?”


브랜든은 남자를 흘끔 쳐다봤다.


“어제 전화로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좀 더 자세하게 부탁합니다. 저희에겐 중대한 사항이라서요.”


네 쌍의 눈이 브랜든을 고요하게 응시했다. 그 가운데 두 쌍의 눈은 불신으로 가득했다. 브랜든은 중대한 면접을 앞둔 사람처럼 땀이 나는 두 손을 바지에 문질렀다. 그는 그나마 시선 두기 편한 쪽이 헨리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진실만을 말해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동안 아무 말 않고 있던 남자 하나가 브랜든의 눈을 마주쳤다. 매부리코를 가진 나이 든 남자였다. 불신의 눈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거짓말을 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브랜든은 울컥 올라오려는 감정을 겨우 억눌렀다.


“어제 두 시쯤, 그러니까 오후 두 시입니다. 친구들을 만나러 해변에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이 고장 났는지 길을 잘못 안내하더군요. 아무리 가도 목적지가 나오지 않았죠. 오히려 반대쪽으로 가고 있었어요. 결국 도착한 곳이 터미널 1 근처의 도로였습니다.”


헨리는 계속하라는 듯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철을 들고 있던 여자는 몇 가지를 체크하는 것처럼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브랜든은 그들의 요구대로 전화로 말했던 것보다 자세히 말하기 위해 미처 말하지 못한 게 있는지 떠올렸다.


“터미널 1 입구에 근접했다는 표지판을 보고 망연자실했을 때였습니다. 먼 곳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죠.”


“소리요?”


“네, 작은 소리였지만 분명 가까이서 들으면 웅장할 것 같은 울림이었어요. 근처에서 공연을 하는 줄 알고 그곳으로 향했을 정도입니다.”


“소리를 좀 더 묘사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여자가 물었다.


“음….”


브랜든은 한쪽 눈을 찌푸렸다. 그는 부유하는 기억들 사이, 아직 닿지 못한 곳에 손을 뻗는 중이었다. 곧 그의 손은 붉은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간 순간에 도달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뭐라고 정의 내릴 수 없는 울림이었어요. 나중이 되어서야 천둥소리와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렇다고 천둥은 아닙니다. 그건, 그런 게 아니에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갑자기 브랜든은 자신을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내려놓았을 때 잔 옆으로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이런, 괜찮으십니까?”


헨리가 재킷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 브랜든은 그제야 자신이 코피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아, 감사합니다. 그는 손수건을 받아 들어 얼굴에 묻은 피를 닦은 후 비서가 가져다준 휴지로 코를 틀어막았다. 그들이 오묘한 눈빛을 주고받을 때 브랜든이 말을 이었다.


“그곳에선 5초가량의 간격으로 빛이 번쩍였습니다. 가장 센 강도로 번쩍인 빛이 점점 잦아들다가 다시 번쩍였지요. 그에 따라 주변에 있는 사물의 색도 변했어요. 피처럼 붉어졌다가 다시 본래의 색으로 돌아갔죠. 그리고 그곳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부턴 기압, 기압이 느껴졌어요. 언젠가부터 기압이 느껴졌습니다. 몸을 짓누르는 힘이요. 그건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심해졌어요.”


“그런데 왜 그곳에 가까이 가셨습니까?”


“네?”


브랜든은 헨리의 물음이 묘하게 자신을 폄하한다고 느꼈다. 그럴 리가 없지만 서도. 브랜든은 말문이 막혀 혀를 내어 입술을 핥았다. 여자는 뭘 그렇게 열심히 적는 건지 말문이 막힌 브랜든을 힐끗 보더니 다시 무언가를 써 내려갔다.


“그냥 궁금했어요.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돌아가긴 아깝고, 저쪽에 있는 뭔가 눈길을 끌고 있고. 선생님이 저와 같은 상황에 있었다고 해도 가셨을 겁니다.”


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브랜든은 다시 기억의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급격한 기상 변화였어요. 기름을 넣을 때만 해도 하늘이 맑았었는데, 길에 잘못 들어서자마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죠. 뭐 그건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하지만, 울림을 듣고 근처로 향하자 비가 내렸습니다. 어찌나 세던지 유리창을 부술 기세였죠. 조금 더 차를 몰았을 때는 우박이 쏟아지더군요. 그때 긁힌 자국도 남아있어요. 순식간에 내려간 온도에 몸이 떨렸습니다. 한여름 에어컨을 켜지 않은 차 안에서 이가 딱딱 부딪혔죠. 추위에 비하면 기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브랜든이 다 식은 찻잔을 드는 사이 헨리와 여자가 짧은 말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브랜든은 그들이 무슨 얘기를 나누든 상관없었다. 이젠 자신을 멈출 수 없었다.


“그다음 그걸 본 거예요. 마주했죠. 그 거대한, 그런, 그건…”


브랜든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었다. 묘사는 가능했지만, 그것을 완벽하게 상징하는 단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네 사람은 더듬거리는 브랜든을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앞에 누가 존재한다는 것도 잊은 듯 한참을 생각하던 브랜든이 이내 입을 열었다.


“그건 거대한 토네이도와 비슷했지만, 토네이도는 아니었습니다. 바람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대신 끝없이 솟아있는 괴물 같은 기둥 안에선 끊임없이 벼락이 치고 있었죠. 빛, 제가 봤던 빛은 거기에서 파생된 거였어요. 그리고 일순간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잠깐. 헨리가 브랜든의 말을 가로막았다.


“안에 들어갔다고요?”


“네.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어요. 안으로 빨려 들어갔죠. 표현이 좀 그렇지만, 자동 세차할 때처럼요.”


헨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나머지 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고 칩시다. 벼락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거죠? 상처 하나 없이.”


브랜든은 말을 골랐다.


“그곳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너무 밝아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 생각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죠. 안에선 어떤 전압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고요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귓가에 이상한 언어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있었죠. 머리가 굉장히 어지러웠어요.”


“어떤 언어였습니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가 아닙니다.”


매부리코를 가진 남자가 웃었다.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를 다 알고 있지는 않지 않습니까?”


브랜든은 다소 무례하게 들릴 수 있는 남자의 언행에도 완전히 그곳으로 회귀한 사람처럼 차분하게 대답했다.


“규칙이 존재하지 않았어요. 계속 새로운 게 들렸죠. 그렇지만 그들은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존재가 그 빛 안에서요.”


그들은 공상에 빠진 듯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브랜든에게서 눈을 떼고 눈빛을 주고받았다. 몇은 고개를 저었다. 여자는 차트를 뒤적이더니 헨리에게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정신과 진료 기록은 없어요.”


“아까 검사한 눈에 이상은요?”


헨리의 속삭이는 목소리에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비서가 그들의 빈 잔을 다시 따뜻한 차로 채웠다. 한 모금 마신 브랜든은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온 건지 긴장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헨리가 말했다.


“증거가 있습니까?”


“증거요?”


“네, 동영상이나 사진, 녹음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브랜든은 그 물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겪은 바를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말했다. 그것도 아주 자세히. 믿고 안 믿고는 자유라지만, 못 미더우면 당장 가서 확인해 보면 되는 것이 아닌가?


“제 말을 못 믿겠으면 직접 가서 확인하면 되지 않습니까?”


헨리가 조용하게 웃었다. 그는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군요.”


찻잔이 받침대와 부딪히는 소리만이 공간을 메웠다. 헨리가 브랜든을 쳐다봤다.


“당신 말고는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예?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린 곳으로 가서...”


“그곳에 갔던 사람들은 전부 눈이 멀었거든.”


“네?”


헨리는 당혹스러워하는 브랜든의 눈을 맞췄다.


“이미 열한 명의 희생자가 있었어요. 모두 그 도로에서 사고를 당해 근처 병원으로 후송되었죠. 둘은 도로 옆 언덕에서 떨어져 즉사했고, 살아남은 아홉 명은 맹인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초입이 매우 좁고, 터미널 1까지 빙 둘러 가는 경로라 다니는 사람들이 드물기에 그 정도였죠.”


브랜든은 침을 꿀꺽 삼켰다. 헨리가 말을 이었다.


“블랙박스와 병원의 소견, 희생자의 증언을 확인한 결과 그들에겐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사고 이후의 일은 기억하지 못했으며, 사고 이전의 일에 대해서는 어떤 작은 빛을 본 게 전부라고 했어요. 그들 모두 그것과 최소 2킬로미터가 떨어진 지점에서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여태 그 이상으로 가까이 다가간 사람은 없었습니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그것 안에, 아니, 근처에도 갈 순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당신을 이곳으로 부른 거고요.”


밀려드는 말에 브랜든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국가정보기관의 고위직 사람들이 그를 여기까지 불러 거짓말할 리는 없었다. 그들 모두 맹인이 되었다고?


심해 깊은 곳에서 마주한 선박이 이번엔 그의 코앞까지 와있었다.


‘내가 본 건 무엇이지?’


“혹시 꿈을 꾼 건 아닙니까?”


브랜든도 이 모든 게 꿈같았다. 길을 잘못 들고, 빛에 빨려 들어가 괴이한 소리를 듣다가 눈을 뜨자 어두컴컴한 도로 한복판이었다. 재빨리 이상 현상에 대해 제보하고, 국가정보기관에 불려 와 그것을 본 사람들이 눈이 멀었다는 괴담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어느 하나 평범한 게 없었다. 꿈도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 그가 겪은 것은 꿈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다면 조금 더 확실한 증거가 있습니까?”


브랜든은 이곳으로 들어서기 전 보안을 위해 제출했던 핸드폰이 떠올랐다.


“있을 겁니다. 어제 핸드폰으로 친구들에게 길을 잘못 들어서 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거든요. 사진도 같이 첨부했는데 도로와 표지판이 나왔을 겁니다. 아, 블랙박스도 확인해 보세요. 고장만 안 났다면 모두 찍혔을 겁니다.”


브랜든이 주머니를 뒤적여 키를 내밀었다.


“빌린 겁니까?”


매부리코 남자가 차 번호 스티커가 붙여진 키를 받아 들더니 물었다.


“아, 예. 내일까지가 만기라서요.”


브랜든의 대답에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희가 확인할 동안 옆방에서 편하게 앉아계시죠.”


헨리가 문가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아뇨, 저도 같이 보고 싶습니다.”


브랜든의 대답에 헨리는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그럼.”


브랜든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핸드폰에는 분명 표지판 사진이 찍혀 있었으나 빛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문이 열리며,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들어왔다. 그는 자신의 민머리처럼 매끄러운 손놀림으로 SD 카드를 꺼내 리더기에 꽂았다. 밖에서 이미 전해 들은 건지 순식간에 필요 지점을 찾아내 재생했다.


‘저게 뭐지?’


브랜든의 목소리였다.


“여기 희미하게 빛이 보이는군요.”


헨리의 말에 사내가 동영상을 멈췄다. 헨리는 도로가 꺾어지는 왼쪽 부근 새끼손톱만 한 빛을 가리켰다. 브랜든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빛을 보고 앞으로 간 겁니다.”


터미널 1까지 3킬로미터가 남은 지점이었다. 블랙박스는 고장 나지 않았다. 빛이 찍혔다는 것은 뒤에 있을 기이한 현상 역시 찍혔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었다. 브랜든은 한시름 놓은 얼굴로 숨을 내쉬었다.


다만, 그 순간부터 브랜든은 자신이 드러내선 안 될 비밀을 내보이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 무언의 압박감에 그는 반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주는 압박. 당장에라도 브랜든의 머릿속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어지럽혔던 그들이 나타나 다시금 속삭일 것만 같았다. 미지의 언어로, 천장에 달린 수백수천 개의 눈으로 자신을 쏘아보며. 우리를 드러낼 거냐고.


도로는 암울한 색으로 끝없이 이어졌다.


“비가 많이 내리는군요. 아니, 우박이군.”


“곧 2킬로미터 지점을 지납니다.”


매부리코 남자가 빗물에 흐릿해진 빛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곧 그들이 말한 사고 지점이 나왔다. 모두 죽거나 맹인이 되었다는 지점이. 저곳만 넘으면. 브랜든은 빨리 매부리코 남자와 차트를 제쳐두고 모니터에 얼굴을 박고 있는 여자의 콧대를 꺾어주고 싶었다. 자신이 방에 들어섰을 때부터 의심의 눈을 거둔 적 없던 둘이었다.


‘2킬로미터 지점만 넘으면.’


브랜든의 심장이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그의 목덜미를 타고 땀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잠깐만요! 다시 돌려보면 분명히...”


“이럴 줄 알았지. 제가 말씀드렸죠. 우리를 그곳에 들어가게 하려고 모함한 겁니다.”


“무슨 소리예요? 분명 봤다니까요!”


브랜든은 떨리는 손으로 동영상을 다시 되감았다가 재생 버튼을 눌렀다.


“쯧.”


매부리코 남자가 혀를 찼다. 다시 돌려 봐도 2킬로미터 부근을 지나자마자 하얀빛이 잠깐 번쩍였을 뿐, 곧바로 칠흑같이 까만 화면만이 자리했다. 동영상은 거기서 멈춰 이후 그날의 어떤 기록도 담고 있지 않았고, 오늘 아침 이곳으로 차를 몰고 오는 새로운 동영상만이 다른 폴더에 저장되어 있었다.


“오기 전에 손봤나 보군요. 2킬로미터 부근에서 다시 돌아오는 길을 삭제한 건가? 아니면, 모든 게 조작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면 누가 궁금해서 그 맹인의 자궁으로 달려가 ‘오, 빛이 있군!’이라고 할 줄 알았나? 멍청하긴. 우리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 건가? 당신, 누가 보낸 거지?”


“진정하십시오.”


“내비게이션이나 핸드폰으로 지나갔던 거리를 확인해 보는 게 확실할 것 같습니다.”


여자가 헨리에게 말했다.


“고장 났다는 내비게이션 확인해 봐야 뭐 합니까? 우린 이미...”


헨리의 강압적인 눈빛을 받은 매부리코 남자가 입을 다물었다. 이후 그는 뭔가 실수한 사람처럼 잠시 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이것도 확인해 주세요.”


헨리는 혹시 몰라서 가져온 내비게이션과 핸드폰을 검은 정장 사내에게 건넸다. 더 이상 브랜든의 동의는 필요 없었다.


“2킬로미터 부근에서 다시 돌아가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 부근을 빙빙 돌다가 왔던 길로 돌아가네요. 거리가 좁혀진 기록은 없습니다.”


“내비게이션도 고장 나지 않았습니다.”


브랜든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제 눈앞에 놓인 기기를 쳐다봤다.


“내일이 만기인 렌터카에 어정쩡한 곳에서 찍은 사진까지. 이럴 줄 알았습니다. 우선권을 우리가 쥐고 있어서 망정이지, 곧바로 속보로 떴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오늘 아침 세계 신문 타이틀이 이 나라를 맹인의 나라라고 소개했을 겁니다. 그렇게 당하고도 모르겠습니까? 간첩이나 음모자일 겁니다. 국내 정세를 흉흉하게 하려는.”


불신의 눈은 다섯 쌍으로 바뀌었다. 그들의 흉흉한 눈빛에 브랜든은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


“정부에서 당신을 보낸 겁니까? 자네, 거짓말을 했군. 그 이유를 알아야겠어.”





4. 그들이 본 것



남자는 땀에 전 옷을 펄럭거리며 고급 술집으로 들어섰다.


“여기.”


제게 손을 흔드는 이에게 고갯짓으로 가볍게 인사한 후 의자를 빼서 앉았다. 푹 꺼지는 의자처럼 한숨이 절로 나왔다.


“운전은 벌이가 안 돼. 이젠 하루에 일곱 번만 돌아도 많이 도는 거라니까. 게다가 경로도 매번 똑같지. 자네는 별일 없나?”


“있지, 있어.”


그는 제 매부리코를 긁적인 뒤, 다 비우지도 않은 잔에 술을 넘치도록 따랐다. 남자는 그런 그의 손에서 술병을 빼앗았다.


“자네, 이미 취했어. 그만 마시게.”


“이리 내놔, 내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 테니까.”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이 그가 다시 술병을 가져갔다.


남자는 제 오랜 친구가 어디서 일하는지 알았다. 특히 술에 취했을 땐 재밌는 얘기라며 정보기관의 비밀을 말해주기도 했다. 입을 틀어막아 봐야 오히려 소리를 빽빽 지르는 위험한 술주정이었다. 그 때문에 친구 놈이 입을 떼기도 전부터 주변을 경계하는 건 늘 자신의 몫이었다. 다행히 그들과 가까이 앉은 사람은 없었고, 멀찍이 떨어져 있는 바텐더도 이곳에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컵을 닦을 뿐이었다. 남자는 제가 지킨 의리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저 매부리에서 풍겨 나오는 달큰한 숨이 끊어졌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놈이 말이야 눈 하나 깜짝 않고 거짓말, 거짓말을 하는데… 웃기더라니까. 미지의 언어가 어쩌고저쩌고. 아직 정신병원이나 감방에 넣진 않았지만, 출국을 막고 단단히 감시하고 있지. 자네도 조심하라고! 거긴 그 빛 때문에 눈이 멀어버리지. 그 빛! 아마 무시한 전류가 흐를 거야.”


남자는 제 친구의 기이한 이야기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는 시뻘게진 얼굴로 다시 말했다.


“2킬로미터를 지나는 순간 백 퍼센트의 확률로 눈이 멀어버리는 빛이라니, 상상이 가나?”


“뭐, 그 친구 말처럼 예외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닿은 것도 아니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을 뿐인데. 가끔 벼락을 맞아도 사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그는 픽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예외는 무슨, 우린 바보가 아니야. 이런 결론을 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시행착오라니?


신원불명인 놈들 수백 명을 그곳에 보냈었지.”


남자는 혹여 누군가 대화를 듣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 친구는 천하 태평한 모습으로 꿀렁꿀렁 진한 와인을 넘겼다.


“그놈들 전부 다 죽거나 눈이 멀어 돌아왔어. 그러니 예외 상황이 있을 리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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