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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Oct 16. 2024

아침마다 물에 잠긴다


작년 우울증을 진단받았을 때도 매일 하던 행동이다. 누워서 오전시간 날려 보내기. 지금도 작년까진 아니지만 매우 잘 실천 중이다. 거실 한가운데 널브러져 있다 보면 오전이 홀랑 없어진다. 매일 물에 젖은 솜처럼 축 늘어져 아무것도,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의사가 물었다. 하루 중 언제가 가장 힘이 드냐고. 오전이 제일 힘들고 오후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조금 괜찮아지다가 저녁이 되면 살아난다고 했다. 우울증에서 외부적 자극이 아닌 내면에서 오는 우울은 오전에 가장 많이 힘들고 저녁이 될수록 괜찮아지는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의 우울은 내면에서 오는 거라는 말. 나는 왜 우울한 건가요. 이건 도대체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 건가요.


양극성장애라는 병명을 얻었지만 나는 지금 울증 상태에 있다. 조증이 지나고 난 뒤에 울증은 우울증보다 더욱 심하게 온다고 한다. 나 또한 조증이 지난 뒤 더 길게 더 깊게 우울에 빠져 있다. 하염없이 우울에 잠겨 헤어 나오지 못한다. 약은 매번 갈 때마다 증량이 되고 약봉투를 가지고 집에 온 나는 또 철퍼덕 누워서는 핸드폰으로 약 이름을 검색한다.


병원을 다녀온 날은 진료실에서 있었던 말들을 남편에게 옮겨주곤 한다. 내면에서 오는 우울함이 있다는 내 말을 들은 남편은 다 본인 탓이라고 했다. 나를 위로해 주려고 하는 말이라는 거 안다. 자기와 결혼을 하고 이사를 다니고 육아를 도맡아 하느라 친구들을 많이 못 만나고 그런 게 쌓여서 그런 거니 다 자기 탓이라고.


나는 알고 있다. 자책하지 말라는 따뜻한 말이라는 것을. 마음의 무게를 본인에게 덜고 나는 좀 더 가벼워지길 바라는 말이라는 것을. 남편은 여러 번 내면에서 오는 나의 슬픔을 자기 탓으로 돌렸다.

그게 원인이 아니라는 거 나도 안다. 그래서 더 슬펐다. 다정한 남편의 말들에 다시 눈물이 나버렸다.


그날 밤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너무나 따뜻한 사람 옆에서 나는 왜 이렇게 약을 먹어야 하고, 아침마다 힘들어하는 건가 하고 다시 자책했다. 나는 또 슬프다. 착한 남편과 예쁜 아이들 사이에서. 이렇게 우울한 나는 또다시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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