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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in Oct 20. 2024

조력자들

엄마는 1930년  생이다

2남 4녀를  낳으셨고 중간에  유산도  되고 태어나서 죽은  아이도  있다고  들었다.

치매가  온 후로  많은 시간을  주무신다.

주무시다가  벌떡  일어나 " 우리 아기 어딨 냐?"

"우리 아기 포대기 빨리  갖다  줘야?"  하신다

"엄마,  꿈이야"라고  안심시키면

"꿈이여."  하시고는  다시 주무신다.


2020년  7월  치매가 진행된  엄마를  무작정  모시고 왔다.

엄마는  직장 생활하는  나를  위해  10년 동안  함께  살면서  우리  두 딸을 키워주셨다

아니  나도 키우셨다. 사위까지

처음  오셨을 때  오래 걷기  힘들어하셨지만  거동은  가능하셔서  매주  외식을  했고

공원에도  모시고  나갔다.

낮동안  케어를  위해 주간  보호센터에도  다니셨다


한 번씩 엄마는  내 집에  가시겠다고  보따리를  싸신다.

대략  난감이지만  아무도  말리지를  못한다.

경기도  시흥에서  딸이 사는 부산까지  온  엄마는  좀처럼  설득이  안된다.

막무가내로  집에 가시겠다고  나가신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나는  보따리를 들고  엄마  뒤를 따른다.


지하철 타고  버스 타면  집에  가실 수 있다 한다

노인들에겐  다 공짜라 하신다.

최상위  노인 복지  국가다.

지하도로  내려가시려다  힘에  부쳐 더 이상  내려가지 못하신다

조금은 풀이 죽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신다


요양병원에  가시는  걸  죽으러  간다고  표현하셔서

에 요양병원은  포기하고  있었다.


달래서  모시고  올라왔다.


22년  가을에 코로나에  걸리셨다

거의  드시지를  못했다.

입원을 시켰고  두  딸이  교대로 사흘씩  보호자가  되었다

퇴원  전날 저녁에  주사도  다 빼버리고 주사 놓는  간호사를 때리려 해

더 이상  병원에  있을 수 없어 퇴원하셨다


집에  와서도  거의  드시는 게  없었다

소고기죽을 끓  소분해서 드려 봐도  조금  받아 드시다  거부한다.

뉴케어(시중에 판매되는  완전균형  영양식, 팩으로 된  두유형식이다)도

오빠가  보내왔지만 도통 드시지를  않는다

하루에 스물 두 시간정도 주무신 거 같다.


마음이  급해져  형제들에게  연락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엄마 보러 다녀 가는 게  좋겠다  했다

나의  애달음이  통했을까

'식욕 촉진제'를  검색하게  되었다

트레스탄이라는  약을  약국에서  한통 구입했다

그거  드시고  소생하셨다.

형제들은    식사를 하시기  시작한  엄마를  보고

돌아갔다.

 

이후에  쇠약해진 엄마는  주간 보호센터는  더 이상  갈 수 없었고  요양 보호사님이  

하루 세 시간씩  다녀  가신다

때마다 내게 조력자가  꼭  있었다.

아이  키울 때  엄마가 조력자였고(말이야  바른말이지  엄마가  육아의 중심에 있었다)

지금  요양 보호사님도  나의 조력자시다

엄마가  드실 반찬을  뚝딱  해주시고 엄마방과  연결된  주방까지 정리해 주신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우렁 각시가 다녀간  기분이다

미라클이다.


현재는  둘째도 천군만마  같은  조력자다.

어제는 엄마가  움직이기 힘들었다

오른쪽  무릎이  한 번씩  도진다

화장실까지  모시고 가는데  힘들어 짜증이  났다

입에서  터져  나온  짜증을  둘째가  받는다.

"엄마~~"

부르는  그 속뜻을  안다 '엄마  정신 차려  그러는 거  아니지'

정말 정신이 들었다.

저녁을  같이 먹고  설거지하는 동안  나의 조력자는  할머니를  거실로  모신다.

소파에  눕히고  무릎을 주무르고  있다.

오늘따라  도통  못 알아들으시는  할머니에게  자기  입모양을  따라  하라  한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엄마에게는 고요 속의 외침이다.

두음절인데(생각이  안 난다)  자신 없는 발음으로  세음절로  따라 하신다

어처구니없는지  두  사람은  서로 웃음이 터진다


엄마는 가끔  둘째를  자기 딸이라  착각한다.

"내가  누구야  할머니?"

"우리  딸"

둘째가  나를 가리키며

"그럼  엄마는?"

"너희  언니지."

나는  괜스레  기분  좋아진다.



2020년  가을   엄마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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