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도심의 중장비들 예를 들면 레미콘,덤프트럭,굴삭기,타워 크레인 같은 것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있다. 바로 의아하다는 감정! ‘건설현장을 위해 사용되는 차량,장비 들의 색감이 왜 저렇게까지 가지각색으로 아름다운 거지? 또 왜 이렇게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거지?’ 하는 의아한 감정이 들곤 한다.
하지만 이런 의아한 감정 후에는 항상 그들의 어떤 고집스러운 가치관과 철학이 느껴지기도 하여 감동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해서 아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눈 적도 있다. 그 대화를 통해 정리된 생각은 이러했다. ‘건설 현장을 오며 가며 흙먼지가 쌓이면 어떠한가? 나의 장비가 내가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취향의 색상으로 칠해지고 디자인되어 깨끗하게 관리되는 것 또한 중요한 것 아닌가? 그러니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가치이지 아니한가?’라는 생각으로 저렇게 가지각색의 색상으로 칠해진 중장비 기기들이 탄생했고 그에 대한 애정으로 흙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대화는 마무리되곤 했다.
이런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그런 것들에 감동을 하는 것은 어쩌면 그런 가치가 실제 그 장비들의 활용도 면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레미콘은 콘크리트를 잘 운반하여 공사 현장에 제공하면 되는 것이고, 덤프트럭은 무거운 짐들을 안전하게 적재하여 옮기는 것 , 굴삭기는 단단한 지면을 파내어 공사가 진행되게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제가 생각하는 이 장비들의 본연의 태생적인 역할이다. 그렇기에 그 장비의 품질에 대한 판단 또한 이런 태생적인 기능 면에서 그 값어치가 판단되며 건설 현장의 공사를 진행한다는 측면에서 색상이나 디자인 아름다움이라는 가치가 결과를 더 좋게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은 하나도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이런 비효율이라 부를 수 도 있는 감성적인 부분에 더 신경을 쓰고 비용을 들이며 개인의 노력을 들이는 가치가 저에게는 낭만이라는 무형의 가치로 다가오고 말로는 잘 설명하기 힘든 감동을 느끼게 되는 요소가 되는 듯하다.
본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것을 감추고 포장하기 위해 눈속임적인 감성적 요소를 곁들이는 것이 아닌, 정말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와 생각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 기능과 결과에는 도움 되지 않더라도 기꺼이 그렇게 하려는 행동. 점점 더 여유가 없어지고 성과와 결과 효과와 효율에만 집중하는 요즘의 세상에서 다시 더 많아졌으면 하는 그런 낭만이라고 생각해서 인 것 같다.
당장 단기적인 결과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돈이 되지 않더라도, 인기 있는 무엇인가 되지 않더라도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표현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노력들이 쌓이는 시간들, 하지만 그 노력이 누군가에게 느껴지고 전달되어 그들의 인생에 무엇이라도 자극을 줄 수 있다면 그거면 된다는 그런 마음의 만족스러움, 그런 마음의 낭만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