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추리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등장인물 각각의 캐릭터를 살린 특징과 행동에 대한 묘사 그리고 그 캐릭터가 만들어 내는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반전,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내용을 내 마음대로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그리면서 읽을 수 있는 경험이 나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퇴근을 하며 혹은 주말의 공원이나 캠핑을 하며 틈틈이 추리소설을 포함하여 이런저런 책들을 한 달에 적어도 1~2권 많게는 5~6권 정도를 읽고 있다.
처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저 처음에는 남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과 허세 가득한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다들 핸드폰 보며 출퇴근할 때 책 읽으며 출퇴근하는 나의 모습은 특별해 보이겠지?’ 이런 허세 가득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도 저에게는 꽤 동기부여가 되었었는지 자꾸 책을 읽는 시늉을 하게 되었고 그런 것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덧 실제로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게 되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좋은 취미생활로 즐기고 있다.
이렇게 앞으로도 계속해서 독서라는 취미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지 주변의 오프라인 서점이 많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도서 시장에 대한 걱정도 함께 들곤 한다. 이제는 너무 예전 시대의 일이긴 하지만 요즘 약속 시간 전 친구를 기다리며 ‘올리브영’에서 시간을 때우는 것처럼 2000년대 초반에는 ‘교보문고' , ‘영풍문고' , ‘반디 앤 루니스'에서 책을 보면서 남은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여러 삶의 변화에 따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더 밀려나게 되었고 이런 변화로 특히나 오프라인 서점은 점점 더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 같다.
그런데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꽤 규모 있는 북오프(BOOK OFF)라는 중고 도서 매장을 쉽게 마주치곤 한다. 나라를 떠나서 좋아하는 책이라는 것을 이렇게 규모 있고 접근성이 좋은 공간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괜히 좋으면서 한 편으로는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중고 서점이라는 형태 음반,DVD,피규어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구성하여 판매를 하고 있다는 것들이 그 형태적인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을 것 같다. 국내에도 알라딘이라는 중고서점이 있지만 초반 중고서점이라는 형태의 매장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을 때보다는 현재 다소 위축되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서인지 규모 있는 북오프 매장을 볼 때마다 느끼는 부러움의 감정이 더 크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온/오프라인 이외에도 배송이 빠른 다양한 쇼핑 서비스를 이용해서 책을 구매하는 소비 형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그런데 이런 소비를 하고 있던 아내 주변의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계속 이렇게 배송 빠르고 편하다고 서점이 아닌 일반 쇼핑몰에서 책을 구매하다 보면 정작 서점들은 매출이 줄어 들어서 사업이 축소되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서점이라는 곳에서 책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게 돼버리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일 것 같아, 그래서 그 생각이 든 이후부터는 책은 꼭 일반 쇼핑몰이 아니라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를 하고 있어”라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많이 공감되기도 하면서 다양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중 하나가 그냥 재미있고 좋은 책을 기다리는 소비자로서 앞으로의 10년 뒤 20년 뒤에도 계속해서 오프라인 서점이라는 공간 속에서 다양한 책을 고르고 읽으며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편리함 보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소비를 하다 보면 그리고 이런 노력들이 모인다면 조금이나마 내가 좋아하는 서점의 형태가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 같다.
아주 최근에는 MZ라고 지칭된 세대에서 책 읽는 것이 인기 있는 취미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의 기사를 보고서는 ‘아마 내가 처음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되었던 그런 비슷한 접근과 작용으로 인기가 많아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무튼 어찌 되었든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아무렴 어떠한가? 다시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좋아하게 되는 시절이 오길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