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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대학생의 유럽 여행 97일 차

가우디로 가득했던 바르셀로나 2일 차

by 빈카 BeanCa Jan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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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들과 함께하는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다. 가족들은 시차 적응 실패로 6시에 일어났다는데 나는 잠이 많아 8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호다닥 준비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오늘의 첫 코스는 브런치! 주변에 리뷰가 좋은 브런치 집이 있어서 먹으러 갔다. 우리가 거의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갔는데 오픈한 지 10분 만에 웨이팅이 생기는 맛집이었다. 부라타 헤븐이라는 메뉴와 아보카도 토스트, 팬케이크 그리고 커피 3잔을 주문했다. 엄마랑 언니랑 내가 살짝 소식을 해서 항상 메뉴 3개를 주문하고도 배부르게 먹는 것 같다.

 커피부터 나왔는데, 정말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나와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살짝 진했지만 산미 있으면서도 특이한 커피 맛이라서 맛있게 마셨다. 가게 안에 신선한 재료들이 박스로 있었고 직원분이 섬세하게 요리를 해주셨는데, 그래서인지 메뉴가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기다림 끝에 나온 메뉴는 역시 아름다웠다. 한국에서도 유럽에서도 브런치를 자주 먹었는데, 인상에 남을 정도로 예쁜 플레이팅이었다. 맛도 비주얼만큼이나 훌륭했다. 아보카도 토스트는 바삭하게 구운 사워도우 위에 후무스, 아보카도 슬라이스 그리고 후추 같은 향신료가 올라가 있었는데, 살짝 짭짤하면서도 풍미 있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부라타 헬은 부라타 치즈가 상큼하면서 고소해서 맛있었고, 팬케이크도 비건 팬케이크였는데 식감이 특이하면서도 맛있고 달달하면서도 과하게 달지 않고 베리 크림도 상큼해서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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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3

 밥을 다 먹고는 유명한 크로와상 집에 가서 크로와상 2개를 포장했다. 배가 불러서 이따 투어 중간중간 먹으려고 마스카포네 치즈 크로와상과 클래식 크로와상을 주문했다. 가게가 생각보다 작고 깔끔했는데, 크로와상 말고 디저트 종류도 맛있어 보였지만 일단 크로와상만 포장했다.

 그러고는 투어 전까지 시간이 남아 근처 공원으로 갔다. 입구에서 봤을 때는 작아 보였는데 안에 의회도 있고 식물원도 있고 카약을 탈 수 있는 연못도 있는 큰 공원이었다. 여기저기 발걸음이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사진도 많이 찍었다. 조금씩 걸어가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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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잘 먹고 산책도 하고 투어를 하러 갔다. 카사 밀라에서 시작하는 가우디 투어였다. 카사 밀라는 책이랑 인터넷에서 많이 봤는데, 가우디의 곡선 사랑을 잘 나타내는 건축물 중 하나이다. 카사는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밀라’라는 사람의 집이라는 뜻이다. 외관은 수려한데, 내부는 생각보다 현대 기술이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 내부에 지하 주차장도 있고, 인터폰과 엘리베이터도 있고 당시에는 최초로 24시간 온수 시스템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분양을 했을 때는 인기가 없었다고 하는데, 내부도 곡선 모양으로 가득해서 가구까지 주문제작을 해야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공간은 아직까지도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는데, 가장 위층에 할머니 한 분께서 실제로 거주 중이시고 이 건물의 마지막 거주자가 되실 예정이라고 해 신기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옥상인데, 가우스의 십자가라고 불리는 독특한 구조물과 함께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보이는 게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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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8

 다음으로는 카사 바트요에 갔다. 카사 바트요는 카사 밀라와 마찬가지로 바트요의 집이라는 뜻이다.  외관만 봤을 때 카사 밀라는 입체적이었다면 여기는 화려했다. 발코니가 해골 모양이고 2층 기둥이 다리뼈 모양인 게 신기했는데, 이는 무너지지 않고 튼튼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카사 바트요는 외벽이 푸른 타일로 꾸며져 있어서 바다의 집이라는 별명이 있다. 햇빛에 비친 외벽이 바다의 윤슬처럼 반짝반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다로 보는 해석도 있고 카탈루냐의 조르디 기사와 관련된 전래 동화가 있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제물이 된 사람들의 뼈, 기사의 창과 공주에게 주어진 장미 그리고 용의 형상을 본뜬 지붕까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신기했다.

 그렇게 카사 바트요까지 보고 상 파우 병원으로 향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원이라는 별명도 있는 곳인데, 지금은 관광 목적으로만 사용된다고 한다. 겉에서 보기에는 전혀 병원 같지 않고, 스페인의 리조트 같이 생긴 건물이었다. 벽돌색 베이스에 아치형 창문과 문이 있고, 양옆에 있는 야자수 두 그루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여기는 자선 병원이었는데, 이 병원의 전신인 다른 병원에서 가우디가 전차 뺑소니 후 숨을 거뒀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짧게 설명을 듣고 10분 정도 걸어서 대망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향했다. 가는 길에 가이드님께서 여러 노래를 틀어주셨는데, 그중에서 Ed Sheeran의 Barcelona라는 곡이 있었다. 바르셀로나에 놀러 온 후 감명을 받아 쓴 노래라고 하는데, 바르셀로나의 자유롭고 흥겨운 분위기랑 잘 어울리는 노래 같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9

 그렇게 흥겹게 걸어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도착했다.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될 예정인데, 그래서 벌써부터 웅장함이 남달랐다. 크기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옆문에 관한 설명을 먼저 들었는데, 보기만 해도 하나하나 디테일이 살아있는 성당이었다. 겉에서 보면 복잡해 보일 정도로 장식과 조각이 많았는데, 가까이서 보면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어서 경이로웠다. 가이드님께서 배경과 각 조각의 의미를 알려주시니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서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책이나 매체에서 많이 보고 들은 그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눈앞에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렇게 밖에서 외부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나서는 내부로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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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12

 내부에 들어가서도 감탄의 연속이었다. 외부만큼 복잡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공간의 성스러움이 느껴졌다. 내부에도 조각이나 작품이 많아 관련된 설명을 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천장이었다. 가우디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 숲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천장 부분을 나무 형태로 만들었다. 하나의 대리석 숲에 들어와 있는 듯한 천장 장식을 보니 가우디의 의도대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했다. 가장 아름다웠던 공간은 놀랍게도 복도였다. 성당 내부 창문이 모두 스테인드 글라스인데, 왼쪽과 오른쪽의 색감이 달랐다. 한쪽은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푸른빛이었고, 반대쪽은 빨간색과 노란색 등 붉은빛이었다. 그래서 오전에 오면 동쪽인 푸른 쪽으로 빛이 들어와 성당 전체가 푸른색으로 덮이고, 오후에 오면 서쪽 붉은 창으로 빛이 들어와 붉은 성당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오후에 가서 붉은빛으로 덮인 성당을 볼 수 있었는데, 지는 태양 같기도 하고 아름다웠다. 동시에 푸른 성당도 궁금해졌다. 내부를 구경하고 반대쪽 문으로 나와 가우디가 아닌 다른 카탈루냐의 대표 조각가가 꾸민 벽에 관한 설명도 들었다. 다양한 성명 얘기가 조각으로 꾸며진 게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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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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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어의 마지막 일정은 구엘 공원이었다. 구엘은 가우디와 친했던 사업가인데, 가우디에게 다양한 건축과 작품을 의뢰했다고 한다. 구엘 공원도 가우디에게 부지들을 위한 분양 주택으로 의뢰했는데, 접근성과 물의 문제로 인해 분양에 실패해 가우디, 구엘 그리고 구엘의 친구까지 3명만 살았다고 알려주셨다. 축구장 30개의 면적에 3 가구라니 분양에 꽤나 크게 실패했나 보다. 내부에 공간도 특이하고 가우디의 생각이 많이 묻어있었다. 야자수를 형상화한 통로다리와 파도를 형상화한 다리가 있었고, 파티나 시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도 구경했다. 가우디 특유의 곡선도 돋보였고, 다양한 곳에서 모티브를 얻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동시에 가우디의 건축은 정말 특이하고 독보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오전에 브런치를 먹고 하루종일 걷고 서있었더니 다리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다. 로마에서 3만 5 천보 가까이 걸을 때도 다리는 괜찮았는데, 다리에 피로가 누적된 것 같다. 그래도 야무지게 노을까지 보고 내려와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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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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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거에 진심인 나와 언니가 만나 10분 넘게 식당을 고민하고, 가는 버스 안에서 메뉴도 3 회독하며 20분의 고민 끝에 메뉴를 골랐다. 리뷰도 많고 좋은 식당이었는데, 6시에 도착했더니 스페인 사람들의 식사 시간 전인지 가게가 한산했다. 판 콘 토마테, 찐 아귀, 깔라마리 그리고 빠에야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가게 주인 분께서 감바스가 맛있다고 하셔서 깔라마리 대신 감바스를 주문했다. 감바스와 판 콘 토마테가 먼저 나왔는데, 감바스를 덜 짜게 부탁드렸더니 올리브오일과 퐁실한 새우가 짜지 않고 맛있었다. 새우는 맛있었지만 소스가 덜 진하고 마늘 향도 거의 나지 않아 살짝 아쉬웠다. 판 콘 토마테는 상큼하고 고소한 게 애피타이저로 딱이었다. 레몬 맥주와 샹그리아도 주문했는데, 상큼해서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렸다. 다음으로는 찐 아귀요리가 나왔다. 이탈리아에서 먹어본 듯한 토마토 베이스 소스에 아귀와 새우, 조개가 나왔는데 맛있었다. 감바스는 해물 볶음밥 느낌이고 베이스는 토마토라서 실패 없는 맛있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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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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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에너지도 조금 충전해서 백화점 지하 식품관으로 갔다. 지하 식품관에 잠깐 구경하러 갔는데, 백화점 작은 코너에 수많은 사람들이 무슨 빵을 사고 있어서 가족들이 홀린 듯이 그 빵을 샀다. 뭔지도 모르고 산 빵이라서 나는 반대했지만, 알고 보니 동방박사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빵이었다. 빵을 사고 마트에도 갔는데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텅텅 비어있었다. 그래서 물이랑 과자, 하몽과 치즈만 사서 귀가했다.

 집에 돌아와 나는 간단한 안주를 만들었다. 어제 산 사과와 포도를 씻고 자르고, 하몽과 치즈 그리고 과자도 깔았다. 친구가 전에 준 스위스산 와인과 함께 간단한 와인파티를 열었다. 와인을 마시고 부모님은 잠에 드시고 언니도 곧이어 잠에 들었다. 나는 글을 조금 쓰다가 피로+와인 때문인지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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