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사의 모성애
엄마는 강하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
차에 깔린 아기를 구하기 위해, 차를 들어 올린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에이 말이 되나? 아무리 자식을 위한다지만 어떻게 사람이 차를 들어.'라고 말하는 엄마는 많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엄마의 자식을 위한 마음이 과하게 자식을 보호하거나, 자식의 인생에 너무 깊게 관여될 때, 때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정적인 면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강력한 모성애는 자식들이 험난한 세상에 '그래도 살아야겠다'라고 생각되는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 자식은 나이가 들어 인생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그리고 철이 들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자식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에 더 의지하게 되는 것 같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적힌 아래 시 한 구절을 읽으신 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만 엄마의 가슴에 안겨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울 수 있다면,,,,......"
누가 썼는지, 뒤의 내용은 뭐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구절만은 잊히지 않는다.
이건 심지어 설명을 할 필요도 없다.
둘째 딸 써니가 '정여사 말이 다 맞아! 정여사가 다 옳아!'라며 정여사를 절대 옹호하게 된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둘째 딸은 정여사가 그 어떠한 행동을 해도 정여사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다.
정여사의 모성은 찐이구나.... 느꼈기 때문이다.
둘째 딸이 얼굴에 작은 시술을 받다가 부작용이 생겨서 한참을 고생한 적이 있다.
한참 외모에 민감할 어린 나이에 얼굴에 상처가 생긴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인생에서 겪은 첫 번째 시련과 좌절이었다. 처음 부작용이 생겼을 때, 그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면역력이 훅 떨어져, 이상 증상들이 나타났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홍채염이었다.
홍채염은 빛을 조절하는 홍채에 생기는 염증으로, 빛을 보면 엄청난 통증이 동반된다. 그런데 그 홍채염이 한쪽 눈이 아닌 양쪽눈에 생기게 된 것이다. 원인을 정확히는 알 수 없는데, 면역질환과도 연결이 되어있어서, 면역력이 급으로 떨어지면서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집에서 빛이 완전히 차단된 곳은 화장실밖에 없어서, 화장실에 앉아 있다가 방으로 돌아온 둘째 딸은 기가 막힌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정여사가 이불을 스카치테이프로 베란다 창문에 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스카치테이프가 무거운 이불을 견디어 낼 리도 없고, 높고 넓은 베란다 창을 가리기에 이불의 크기도 작았다. 그리고 이불을 어떻게 혼자 창문에 붙일 것인가... 하지만, 정여사는 낑낑대면서 이불을 붙이고 있었다.
정신없이 울고 있는 딸에게, 홍채염까지 생기다니 정여사는 가슴이 미어졌다.
이불로 햇빛을 가릴 수 있을 거라고 정여사도 생각하지 않지만,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 모습을 본 둘째 딸은 정신이 들었다. 다소 투박하지만 엄마의 마음이 둘째 딸의 마음을 후벼 판 것이다. 매일 울기만 하던 둘째 딸은 정신을 차리고, 조금씩 본인의 일상을 찾아갔다.
물론, 치료와 스트레스로 저하된 면역력의 회복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엄마를 생각하면 울고만 있지 말고 건강해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둘째 딸이었다.
길다면 긴 치료 시간 동안 둘째 딸을 버티게 한건, 정여사의 이 말 한마디였다.
"이쁜 딸, 엄마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엄마가 기원해 줄게."
또 둘째 딸은 유난히 정여사 마음을 철렁 이게 한 적이 많은데, 둘째 딸이 접촉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큰 사고는 아니어서, 크게 아픈 곳은 없었지만, 물리치료등을 받느라고 집 근처에 있는 병원에 며칠 입원한 것이다.
어느 해 여름이었는데, 정여사가 전화를 걸어서 삼계탕을 가지고 가니, 병원에서 주는 밥을 먹지 말라고 한다.
나는 그러려니 하고 정여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뚝배기 삼계탕이 내 앞에 있었다.
정여사는 삼계탕 집에서 뚝배기까지 빌려, 그 더운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 무거운 뚝배기채 삼계탕을 비닐로 칭칭 밀봉해 병원까지 걸어왔다.
이게 바로 자식을 생각하는 정여사의 클래스다.
정여사는 살면서 내내 똑같은 마음으로 밥도 해주고, 잔소리도 좀 하고, 챙겨줬는데, 자식은 이렇게 어려운 일이 있어야 엄마의 마음이 훅 와닿나 보다. 쯔즛.. 효녀 되긴 아직 멀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