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사의 개껌에 넘어간 아름이

정여사와 검정 강아지의 추억 1편

by 리썬이

- 프롤로그 -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볼 땐, 엄마들이 특히 반려동물을 좋아한다.

써니의 집에서도 생각해 보면, 마지막으로 키운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까지 반려동물을 거의 끊임없이 키웠던 것 같다. 모든 초등학생들의 친구 올챙이와 학교 앞 노란 병아리부터, 거북이, 십자매, 닭, 바리(첫 번째 강아지), 토토 (두 번째 강아지), 초롱이 (세 번째 강아지), 아름이 (네 번째이자 가장 오래 키우고,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함께 한 강아지)까지 쭈~욱 반려동물과 함께 했다.

그때야 그런가 보다...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엄마는 외로웠을까? 생각이 든다.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반려동물을 통해서, 엄마는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인생의 고단함과 걱정에서 잠시라도 마음의 위안을 받고, 가족을 향한 일방적인 사랑의 외로움을 달랬겠구나.. 싶었다.

갓 태어나서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15년을 함께한 검정 강아지를 마지막으로 엄마는 더 이상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말로는 '에잇. 네가 오줌 치우고 똥 치우고 다해. 귀찮아서 키우것냐?'라고 하지만, 아마 반려동물을 먼저 보내는 슬픔이 싫어서일 거다.




- 정여사와 검정 강아지의 추억 1편 -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인가.. 아빠가 대전에서 근무하고 계셨는데, 아빠를 만나러 대전에 가셨던 정여사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서 다짜고짜 물었다.

"써니냐? 너 강아지 키울래? 쬐깐한게 상당히 이쁘다~"

정여사는 몹시 격앙된 목소리를 전화를 거셨고,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할 수 없으나 다음날 정여사는 조그맣고 너무나 귀여운 검정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집으로 오셨다.

그리고 강아지의 이름은 아름이로 지었다. 그런데 우리가 왜 강아지를 이렇게 사람 이름처럼 지었지???

여하튼 정여사의 다섯 식구는 아름이와 함께 살게 되었다.

아름이는 작고 귀여웠다. 어디라도 데리고 나가면, 보는 사람마다 너무 예뻐서 훔쳐가고 싶다고 얘기했었는데, 개춘기 때인가... 성장하면서 몸통이 길어지더니 갑자기 예쁜 강아지 반열에서 빠지게 되었다.

아름이는 정여사의 다른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정여사를 가장 많이 따랐는데, 정여사와 아름이는 추억이 참 많다.


추억 1. 개껌에 순진하게 넘어간 아름이


수입이 빤한 외벌이 월급쟁이인 집안에 자식이 3명인 정여사는 강아지를 위해 많은 돈을 쓰지 못했다. 목욕을 자주 시키고 양치도 시켜서 좋은 냄새가 난다거나, 좋은 샴푸를 써서 털이 반질반질 윤기가 난다거나, 미용을 자주 해서 털 모양이 곱다거나... 뭐 그런 건 없다.

하루는 정여사가 털이 많이 자라 털북숭이가 된 아름이를 데리고 미용을 하러 애견샵에 갔다가 씩씩거리면 돌아왔다.

"내가 다시는 미용하러 가나 봐라. 아름이가 잡종이라고 무시헌다!!"

흠.... 과연... 아름이가 잡종이어서만 무시했을까?? 싶긴 했지만, 웬만한 것에 기분 나빠하지 않는 정여사가 저렇게 씩씩거리는 걸 보니, 미용하시는 분이 어지간히 티를 냈나 보다.

그 이후로, 정여사는 직접.... 미용을 하기 시작했다. 집안에서는 털이 날리니, 신발장 밖 베란다에서 신문지를 깔아놓고, 아름이 입에 개껌을 물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털을 잘라냈다.

"아이~ 예쁘다 아름이~ 아이 예쁘다 아름이~"를 반복하면서.

정여사의 손길로 미용을 받은 아름이는 당연히 털의 길이가 들쑥날쑥 하고, 귀에 상처도 있고, 귓불이 잘린 건가..?? 싶은 적도 있고, 왼쪽 수염이 잘려서 양쪽 길이가 다른 적도 있다.

정여사에게 더 험난한 난관은 아름이의 발톱 자르기다. 어지간히 바둥거렸을 텐데, 그 어려운걸 혼자 해내시더라. 역시나 입에 개껌을 물려놓고, 아이 예쁘다 아름이~를 반복하면서.

아름이도 참.. 어지간한 게, 우리는 좋은 사료와 좋은 간식을 사주지는 못했는데, 제~일 싼 개껌을 먹으면서도 참 정여사 말을 잘 들었다.

싸구려 개껌에 순진하게 넘어갔지만, 정여사의 말을 가장 잘 듣는 아름이가 우리 집에서 가장 효녀였던 것 같다.


아름이 2.jpg 우리집 검정 강아지 아름이

-끝-





keyword
이전 02화정여사의 투박함이 꼬꼬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