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사의 투박함이 꼬꼬를 살렸다.

엄마의 지혜

by 리썬이

정여사와 둘째 딸의 세 번째 이야기.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써니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프롤로그 -

나의 부모님 세대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최고의 방법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따박따박 월급을 받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님이 '내 자식은 나처럼 살게 하지 않겠다.'는 강열한 의지로 자식이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교육에 열을 올리며 사셨다. 그래서 우리는 영어를 말할 줄 알고, 컴퓨터를 다룰 줄 알며, 뭔가 있는 척하고 아는 척하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한마디로, 사회생활을 할 줄 아는 것이다.

부모님은 본인들 표현으로 '잘 못 배웠다.'는 세대이다. 특히, 엄마는 가난했던 시절, 집안을 책임질 아들에 밀려, 대부분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배움의 열망을 가슴 한편에 접어두고, 자식을 뒷바라지하면서 자식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실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배우지 못했을 뿐, 사는 것에는 그 누구보다 박사이다.

영어와 컴퓨터는 모르지만,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변기에 물이 새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벌레는 어떻게 잡는지 척척박사이고, 자식이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말하지 않아도 기똥차게 아는 도사이다.

이렇게 학교에서 배우지 않고 살면서 터득한 엄마만의 지혜를 우리는 투박하다고 표현한다.


[투박하다 : 생김새가 볼품없이 둔하고 튼튼하기만 하다. 말이나 행동 따위가 거칠고 세련되지 못하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험하지 않는 말과 행동,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은 독특한 방법들을 엄마는 돈을 아끼기 위해,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기 있게 일단 지른다.

이렇게 투박한 엄마만의 삶의 지혜를 핀잔주며 부끄러워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 투박함에 누구보다 의지하고 있다.


-유쾌한 정여사 세 번째-

정여사의 투박함이 꼬꼬를 살렸다.

집에서 키우던 닭 2마리는 정여사 뒤를 따라다녔다


정여사가 어느 날, 영계라고 불리는 닭 2마리를 집에 데리고 왔다. 조그만 크기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닭이라고 한다. 남녀 한쌍이 우리와 함께 살게 되었고, 이름은 꼬꼬와 구구였다.

당시 우리는 서울의 아파트 7층에 살고 있었는데, 서울 아파트에서 어쩌다가 닭을 키우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혼란 대환장 파티 그 자체. 거실에서 닭들이 날아다니고, 수컷의 빨간 닭살 벼슬은 징그러워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꼬꼬와 구구가 자신들의 이름을 알아듣기 시작하고, 우리도 점점 반려 동물로 받아들이게 되자, 벼슬도 귀엽게 느껴지더라.

꼬꼬와 구구는 자신들의 밥을 주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정여사 뒤를 쫓아다니기 시작했고, 정여사가 화장실을 가던, 안방에 가던 문을 닫기 직전까지 뒤뚱 거리며 쫓아다녔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 닭들을 정여사는 목욕도 시킨 것이다.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꼬꼬와 구구를 목욕시켰다. 당시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목욕하는 닭이라니... 세상에 이런 일이 나올 법 한 일이다.

그런데 그 귀여운 꼬꼬가 어느 날 밥도 먹지 않고 픽 쓰러져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지금은 24시간 진료 보는 동물 병원도 있고, 반려동물을 위한 온갖 영양제도 다 있지만, 당시는 그런 게 어디 있는가. 정여사는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지혜를 발휘해 사람이 먹는 쌀밥을 씹어서 곱게 만든 후, 감기 가루약을 타서 꼬꼬에게 먹였다.

그런데 꼬꼬가 벌떡 일어난 것이다.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고, 정여사 뒤를 뒤뚱뒤뚱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이 경험은 정여사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몇 년 뒤, 집에서 새를 키우게 되었는데, 조그만 십자매였다. 새의 이름은 찍찍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조그만 찍찍이가 시름시름 물도 안 마시고, 피식 쓰러져 있었다.

정여사는 그 조그만 새를 손으로 꺼내서, 꼬꼬때와 마찬가지로 물에 감기약을 타서 먹이려고 했는데, 물을 먹지 못하니 새의 부리를 벌려 조그만 티스푼으로 먹였다.

찍찍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둘째 딸 : 아니 그 조그만 새에게 그렇게 사람약을 먹이면 어떻게 해!!!!

정여사 : (조그마한 목소리로...) "이상하다.... 꼬꼬는 살았는데....."


둘째 딸은 정여사의 의기소침한 목소리와 흔들리는 동공을 잊지 못한다.

당시에는 기가 막혔지만, 지금은 그저 꼬꼬와 찍찍이에게 약을 먹인 정여사의 용기와 실행력에 감탄할 뿐이다.


아! 그리고 꼬꼬와 구구는 어떻게 되었느냐!! 건강하게 잘 자라다가, 둘이 새끼를 낳았다. 병아리 3마리를 낳아서 우리 가족과 같이 다섯 식구가 되었다. 얼마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인가... 싶지만, 자식들이 입시를 준비해야 할 때 즈음, 울어재끼는 닭들이 시끄럽다면서, 경비 아저씨께 키워달라고 드렸다고 한다. ㅎㅎㅎㅎ

정여사는 엄마다! 사사로운 정에 자식들 공부를 희생할 수는 없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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