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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Nov 18. 2024

인생의 황금기_상

#6

2014년, 23살의 나는 즐거웠다.

운이 좋았던 건지 학교에서 하는 모든 것들이 재밌었다.

뭔가 드디어 내 삶의 주인이 된 것 같았다.

자격증도 따고, 공모전 입상도 하고, 간판도 직접 만들고

성취와 보람의 연속이었다. 그 순간순간을 온전히 즐겼다.

하루는 지도 교수님이 잠깐 보자고 하셔서 교수실로 갔다.

 "정글아, 너 서울로 학교 갈래?"

 "예? 정말요?"

 "서울에도 우리 학교랑 같은 학교가 있는데 거기에는 전문학사과정이 있거든"

 "저 갈 수 있는 거예요?"

 "지금부터 잘 준비하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여름방학이 지났다.

 "정글아, 너 고등학교 성적이 어떻게 되지?"

 "그건 왜요?"

 "왜긴 왜야? 서울로 갈 때 필요하니까 그렇지."

 "많이 안 좋은데.."

 "얼마나 안 좋은데?"

 "은하철도요."

 "뭔 소리야?"

 "999.. 요."

 "뭐?!"

 "평균 9등급이라고요."

 ".. 정글아, 그러면 힘들겠는데.."

 "교수님.. 갈 수 있다면서요.. "

 "나는 네가 열심히 하길래 중간은 하는 줄 알았다."

 "교수님, 안 돼요 저 서울 가야 돼요."

나는 교수님의 만류에도 기어이 서울로 면접을 보러 갔다.


서울_수시 1차 면접,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1년 동안 무얼 했는지가 전부였다.

그래도 나름 자신 있었다. 나는 1년 동안 한 것들을 카탈로그로 만들어서 서울로 올랐다.

표지에는 '하고 싶다', 맨 마지막 장에는 서울에서 공부가 정말 하고 싶다고 썼다.

'아 이건 합격이다 백퍼여 백퍼' 혼자 중얼거리며 면접대기실에 앉아있는데 내 이름이 불렸다.

나는 면접실에 들어가자마자 자신 있게 내 포트폴리오를 면접관들에게 전달했다.

 "이게 뭡니까?"

 "제 포트폴리오입니다."

 "가져가세요"

 "예?"

 "가져가시라고요. 저희는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이런 거 받지 않습니다."

 "아.."

나는 내 포트폴리오를 다시 수거했다. 그리고는 기억이 안 난다.

 '쓰바껏'

버스 타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오는 길 내내 투덜거렸다.

 '아니 나는 보여줄 게 그거밖에 없는데 그걸 뺏어가면 나는 어찌라고 아 진짜 짜증 나네

 형평성은 뭔 얼어 죽을. 나한테 무기 없이 싸우라는 거는 공정한 거냐고 아놔 쓰바껏'

투덜거려 봤자 뭐가 달라지나. 그저 할 수 있는 게 그뿐이었다.

당연스럽게 면접에서 떨어졌다.

 "정글아, 여기 근처에도 학교들 많아. 그런데 다시 알아보자"

 "교수님, 저 서울 가야 돼요."

 "아니면 취업도 괜찮아. 여기서 잘 배워서 니 거 차리는 것도 괜찮을 거야"

 "교수님, 저 서울로 갈 거예요."

이미 내 머릿속엔 서울 밖에 없었다.

자동차 판다고 자랑하다가 2주 만에 때려치우고 쪽팔려서 잠수 탔다.

그 뒤로 아는 사람을 길에서 마주치면 모른 척하고 도망갔다.

다시 그 사람들 앞에 서기 위해서 스스로 명분이 필요했다.

 '나 서울로 학교 갔어. 그때 그거에 집중하느라고 연락을 끊고 살았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서 나는 꼭 서울로 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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